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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만개한 재능, 눈부신 미모를 친정팀 아닌 인천에서 선보이게 됐다.
지난해 연봉이 현대건설의 샐러리캡 사정상 워낙 적었다. 이다현의 2023~2024시즌 연봉은 총액 1억 4000만원이었다. 하지만 해외진출을 모색하다 여의치 않아 돌아왔을 땐 현대건설의 계약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었고, 어쩔 수 없이 1억원 미만의 금액에 계약을 맺었다.
가벼운 몸값이 오히려 홀가분하게 이적을 노크할 수 있는 날개가 됐다. 여자배구 FA의 A등급 조건은 1억원. 하지만 이다현은 기본 연봉 4000만원으로 C등급이었다. 영입을 원하는 팀은 보상 선수도 없고, 전 시즌 연봉의 150%만 지불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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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액에 걸맞는 실력까지 갖췄다. 2019~2020시즌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래 이다현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발을 활용한 이동공격과 파워 넘치는 속공이었다. 반면 '속공 때의 탄력을 블로킹 때는 다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공격 부문 순위에선 자주 눈에 띈 반면, 블로킹 순위에선 잘 보이지 않았다.
올시즌 한단계 진화한 이다현은 달랐다. 시즌 전 대표팀부터 블로킹에 초점을 맞춰 집중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속공 성공(130개) 성공률(52.4%) 은 물론 블로킹 성공(109개), 세트당 평균(0.838개)마저 1위를 휩쓸었다. 이동공격에서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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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흥국생명은 이다현에게 맥시멈을 줄 만큼 샐러리캡이 충분하진 않았다. '배구황제' 김연경의 은퇴로 비는 샐러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간 다소 억눌려있던 선수단 연봉의 정상화가 필요했다. 자체 FA만 4명이나 되는 팀 상황, 또 지난 시즌 통합 우승으로 인한 인상 요인도 고려해야 했다.
반면 최고 연봉은 물론, 이다현의 꿈인 해외 이적을 자유롭게 허용하겠다는 팀도 있었다. 과거 김연경의 케이스와 달리 이제 개정된 규정상 계약기간 내 해외 진출을 할 경우 국내 계약기간에 산입된다. 그만큼 이다현의 영입이 간절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다현의 최종 행선지는 흥국생명이었다. 이는 흥국생명이 해외 사령탑을 적극 영입하는 등 이른바 선진배구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차기시즌 소속팀 현대건설을 비롯한 6개팀은 모두 국내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을 예정. 흥국생명이 이다현 영입 경쟁에서 최종 승리한 배경 중 하나다.
이다현은 시즌 중에도 "올해 흥국생명의 팀플레이, 특히 블로킹 시스템은 정말 놀랍다.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춰서 굉장히 조화롭게 움직인다"며 감탄을 표한 바 있다.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은 3시즌 함께 한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감독과 이뤄낸 성과였다. 차기 사령탑 역시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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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함께 FA로 풀린 우승 세터 이고은을 비롯해 리베로 신연경, 세터 김다솔, 아포짓 문지윤과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다현의 영입을 통해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기존 우승팀 전력 역시 최대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고예림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함에 따라 차기 시즌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양효진이 연봉 8억원에 잔류, 현대건설 원클럽맨의 명예와 자존심은 지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