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퍼는 두 부류로 나뉜다는 얘기가 있다.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물론 우스갯소리다.
안양 베네스트가 차지하는 국내 골프장에서의 위상과 상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국내 최고 명품 골프장인 안양 베네스트가 두번째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안양 베네스트와 삼성가의 세대를 넘은 인연이다. 안양 베네스트는 삼성가 권력 이동에 따라 코스가 계속 바뀌었다.
1968년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국내 최고 골프장을 목표로 안양 베네스트를 만들었고,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전장을 늘리고 코스 난이도를 높이는 등 대대적인 1차 리뉴얼로 여성적인 코스를 남성적인 코스로 바꾸었다. 이제 16년만에 안양 베네스트는 1년 넘는 대공사를 통해 또한번 바뀔 준비를 마쳤다.
이번 2차 리뉴얼이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의 3세대 경영과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만들고, 아버지가 다듬은 코스를 이제 자녀들이 완성시키는 모양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이 안양 베네스트 리뉴얼 테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이재용 사장은 삼성가의 상징적인 골프장이어서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부진 사장은 깔끔한 골프장 시공으로 유명한 삼성 에버랜드 사장이다. 어찌보면 시공 총책임자다.
안양 베네스트는 지난해 말부터 휴장 상태다. 지난해 8월 일부 회원들을 대상으로 리뉴얼에 대한 대략적인 안내문을 발송했다. 아직 리뉴얼 규모나 시공사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공은 삼성 에버랜드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에버랜드 내에 잔디연구 전문인력이 있고, 안양 베네스트가 자랑하는 특별한 초종인 '안양 중지(한국형 잔디의 한 종류)'에 대해 에버랜드만큼 잘 아는 곳도 없다. 삼성 그룹 관계자는 "일단 리뉴얼에 대한 아웃라인만 확정한 상태다. 세부 사항은 논의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안양 베네스트 쪽도 "분명한 것은 리모델링(일부 변경)이 아닌 리뉴얼(전체 변경)이라는 정도"라고 밝혔다.
삼성 내부에선 이번 안양 베네스트의 리뉴얼 테마는 시공을 책임지게 될 이부진 사장보다는 오빠인 이재용 사장의 의중이 더 많이 녹아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과 유통쪽인 면세점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여러 사업중 하나인 골프장 공사에 많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반면, 이재용 사장은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뒤를 잇는 골프 애호가다. 이병철 회장은 1960년대 감나무 드라이버로 230야드를 때릴 정도의 장타자였다. 싱글 핸디캡에 가까운 아마추어 고수였다. 그랬기에 안양 베네스트를 손때 묻은 최고 골프장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병철 회장은 시공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일본을 넘어 세계 수준과 견줄수 있는 훌륭한 골프장을 목표로 했다. 그랬기에 나무 한 그루, 화초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코스를 돌다가 수시로 코스 재정비를 지시할 만큼 안양 베네스트에 애정이 깊었다. 이건희 회장도 핸디캡이 13 내외인 80대 골프 고수다. 승마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한 이재용 사장은 안양베네스트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이건희 회장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반영된 안양 베네스트는 이제 이재용 사장 시대에 발 맞춰 또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혁신과 모험이라는 특별한 테마가 가미될 것으로 보인다.
안양 베네스트의 리뉴얼 얘기는 이미 수년전부터 나왔다. 그때마다 수도권 고가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춤을 췄다. 1년 넘게 안양 베네스트가 문을 닫게 되면 그 수요가 다른 골프장으로 몰리게 된다. 고가의 수도권 '황제 골프장'들은 안양 베네스트의 리뉴얼 폭과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리뉴얼 방향에 따라 향후 다른 국내 골프장도 그 영향을 받는다.
안양 베네스트는 이번 리뉴얼로 라운드 스타일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골퍼는 걷고 캐디백만 전동 카트에 싣고 라운드 하는 방식이지만 5인승 전동 카트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완전한 회원제 골프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개장은 2013년 봄이 목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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