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 자체를 즐기도록 하겠다"
성현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공자가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정의한 '군자'의 미덕은 결국 깨달은 바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나아가 그를 즐겨야 한다는 뜻이다.
논어와 야구.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카테고리다. 그런데 KIA 에이스 윤석민은 이를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야구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의 경지가 논어에서 공자가 설파한 군자의 그것과 흡사하다. 지난해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우뚝 선 윤석민이 2012년 새 시즌의 각오로 "야구 자체를 즐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1년의 윤석민은 선발투수로서 이룰만한 것은 거의 모두 이뤄냈다. 91년 선동열(당시 해태)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개 부문(다승, 방어율, 탈삼진, 승률) 1위에 오르면서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했다. 또한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렇게 모든 고지에 오르다보니 윤석민에게는 어려운 고민이 생기게 됐다. 2012년 새 시즌에 어떤 목표와 각오를 설정해야할 지 난감했던 것. 단순히 다승이나 방어율 탈삼진 등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의미가 없다. 무언가 다른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야구 자체를 즐기겠다'는 각오다.
윤석민은 2012년 공식훈련 개시를 하루 앞둔 5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달콤했던 휴가가 너무 후딱 지나가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이번 겨울 휴가는 워낙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그래도 시즌동안 쌓였던 피로감은 싹 털어낼 수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운동에 몰입해야 한다"고 훈련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윤석민은 2012년 새 시즌에는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야구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석민은 "지금 내가 '몇 승을 하겠다. 몇 개의 상을 받겠다'하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성적보다는 야구를 하면서 진정으로 즐기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야구를 즐긴다'는 윤석민의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다. 윤석민은 "어느 순간 성적을 위해 공을 던지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으로 집중하고, 야구 자체를 즐기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도 내가 야구에 집중하면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자신의 위치에서 한 시즌을 준비하는 시각이 마치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느껴진다. 마운드 위에서 즐길 수 있을 때 자신의 최고 구위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윤석민이 올시즌 어떤 성적을 써내려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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