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정대현-이승호 영입, 그리고 화끈한 연봉인상. 올겨울 롯데가 그동안 심어왔던 '짠돌이 구단'의 이미지를 확 날려버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단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선수들이 만족할 만한 연봉을 책정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던 만큼 장원준, 고원준, 문규현 등 주전급 선수들이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렇게 거침 없던 롯데의 협상 행보에 마지막으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 시즌 가장 눈에 띈 활약을 펼친 전준우, 손아섭과의 계약이 미적지근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일 열리는 시무식 전에 모든 계약을 마치겠다는 롯데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3할1리의 타율, 11홈런 64타점 23도루를 기록했다. 133경기 전경기 출전에 97득점으로 타이틀 홀더가 됐다. 특히 시즌 초반 김주찬이 부상으로 빠지며 생긴 1번 공백을 메우며 장타를 포기했고 수비에서도 3루와 중견수를 오가며 희생했다. 손아섭도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6리 15홈런 83타점 13도루를 기록했다. 약했던 수비를 보완해 외야수 중 보살 1위를 차지하며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따라서 각각 7500만원, 8000만원을 받았던 전준우와 손아섭 모두 높은 연봉 인상이 기대됐다. 이런 이들에게 구단이 제시한 액수는 나란히 1억3000만원. 내심 100% 인상도 기대했던 두 사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협상 과정을 지켜볼 때 두 사람이 서운해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를 제외하면 타격에서는 월등한 성적을 낸 두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야수 고과 3, 4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위는 포수 강민호, 2위는 3루수 황재균이다. 강민호는 2할8푼9리 19홈런 66타점, 그리고 황재균은 2할8푼9리 12홈런 68타점 12도루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고과 순위에 대해 이문한 운영부장은 "고과는 타격 성적으로만 매기는 것이 아니다. 수비에 대한 공헌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외야수들의 고과점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이어 "타격도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고과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결승타, 진루타 등 상황에 따라 세세하게 고과 평가가 이뤄진다"며 높은 성적이 높은 고과 점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얘기를 들은 롯데의 한 고참급 선수는 "지난 시즌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해줬던 타자가 준우, 아섭이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사람과의 협상에 대해 롯데 이문한 운영부장은 "연봉 협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리가 정한 액수가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한 구단의 연봉협상이 진행되면 분명 만족하는 선수도, 만족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는 말로 구단은 두 사람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해부터 선수들에게 한 번 제시한 금액을 쉽게 바꾸지 않겠다는 구단 방침을 세웠다. 두 사람의 몸값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준우와 손아섭은 연봉협상에 대해 자세한 말을 아끼면서도 "성적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쉽게 도장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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