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풀 라디오'가 500만 관객을 넘으면 이민정을 데리고 다시 출연하겠다." 이정진이 '강심장'에서 스튜디오를 들썩이게 만든 대국민 공약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바람직한 외모에 도도한 성격, 하지만 내 여자에게만 은근히 보여주는 따뜻한 속내… 여자라면 누구나 흔들릴 만한 '까도남'의 매력을 이번 영화에서 유감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청취율 2%로 폐지 위기에 몰린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살리기 위해 긴급 투입된 PD 이재혁(이정진)은 까칠한 DJ 신진아(이민정)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그녀의 진심을 알아주는 조력자다. 뛰어난 실력과 자존심 못지않게 까칠함도 최고지만 왠지 밉지 않은 그에게, DJ 진아도 관객도 점점 끌리는 건 당연한 결과. 이정진의 '절친' 한채영이 "그동안 이정진이 출연한 영화 중 여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캐릭터"라고 평가했다는 말이 허튼소리 같진 않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실속이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민정은 물론 수애, 김태희, 한가인, 한채영, 이나영까지 '여배우 복' 많기로 유명한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일까? "그 여배우들과 다 사귀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웃음) 그런데 저는 연락처도 잘 안 물어봤어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죠.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후회하는 중입니다. 실속이 있었다면 제가 한채영 결혼식의 사회를 봤겠어요? (웃음) 한채영하고 너무 친하다보니, 예전에는 고백했던 사람에게 오해를 사서 퇴짜를 맞기도 했어요. 휴~ 친해도 문제, 안 친해도 문제인 거죠."
여배우들과도 '형제애'를 나눴던 건, 이정진의 서글서글한 성격 '탓'인 것 같다. 주변에 여자는 없고 형님들만 잔뜩 있다. "제 인생은 마치 '실미도' 같아요. 남자들만 바글바글하죠"라며 허탈하게 웃는데, 그래도 이번 영화에선 그 형님들 덕을 톡톡히 봤다.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김태원은 '내가 가면 너에게 도움이 되니?'라는 한마디만 물어보고 '오케이' 했단다. '도망자 플랜비'에서 함께한 '추노'의 연출자 곽정환 PD도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이 됐다. "곽 감독이 실제론 까칠하지 않은데, 친하지 않을 때는 눈빛이 좀 차갑게 보이거든요. 곽 감독도 영화를 보고선 '나한테 얘기하지, 내가 까칠함 전문이잖아'라고 하길래, '안 그래도 비슷하게 따라한 게 있어'라고 했죠. (웃음)"
이처럼 이정진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진짜 비결은 그 자신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기 때문일 게다. 남모르게 조용히 펼치는 그의 선행을 보면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대하는지 잠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선행'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만 해도 그는 민망해 어쩔 줄 몰라했다. "1급 지체장애자들 목욕 봉사를 해온 걸 서울시에서 알고 상을 줬어요. 그때도 한사코 안 받으려고 했던 건데, 담당자의 진심을 알고 받게 됐죠. 그 후로는 단체들에서 연락이 많이 와서 굿네이버스와 함께하게 됐어요. 벌써 4년째인데, 저를 점점 더 오지로 보내시더라고요. (웃음) 남들보다 튼튼한 팔다리가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선행 공약' 전에 당장 급한 '500만 공약'은 어떻게 지킬 건지 먼저 따져 물어봤다. "소속사와 먼저 얘기해야 한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던 이민정의 답변도 전해줬다. "VIP 시사회 끝나고 뒷풀이를 가졌는데, 마침 그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때 민정이네 소속사 대표님께서 이미 오케이 하셨답니다. (웃음) 그리고 '강심장' 작가들이 어떻게든 자신들이 500만을 맞춰보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이제 관객들께서 도와주실 차례입니다. 영화 정말 재밌으니 많이 봐주세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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