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었지만 미국프로골프(PGA)에 '늑장 플레이'가 비난 화두다.
그 중심에 재미교포 케빈 나(29·한국명 나상욱)가 있다. '굼벵이 플레이'는 TV중계에서 문제로 부각된다. 대회 코스를 찾는 갤러리는 많아야 수천명, 수만명이지만 TV 시청자는 수십만명을 능가한다. 중계화면이 정지화면처럼 느껴지면 동반자 뿐만 아니라 팬, 방송해설가가 동시에 열받는다.
AP통신은 18일 늑장 플레이를 집중조명했다. 도화선은 월드넘버원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였다. 평소 소신있는 발언을 자주 내뱉었던 도널드는 2주전 PGA투어 시즌 개막전 현대 토너먼트 오프 챔피언스(하와이)가 끝난 뒤 트위터로 문제를 공론화했다. 도널드는 '개막전부터 슬로우 플레이가 만연했다. 2명이서 한 조로 플레이했는데도 그렇다. 미리 자신의 플레이를 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슬로우 플레이가 당신의 스포츠(골프)를 죽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내가 하루종일 화를 낼 수도 있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슬로우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늦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당시 빅이슈 원인은 4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툰 선수들의 면면 때문이다. 나상욱과 벤 크레인, 웹 심슨, 조나단 버드(이상 미국)가 마지막 4개 조에 한 명씩 자리잡았다. 나상욱, 벤 크레인, 웹 심슨은 JB 홈즈와 더불어 PGA 늑장 플레이 '사대천왕'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자 경기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졌다. 당시 이들의 4라운드 소요시간은 4시간 15분 이상이었다. 지난주 끝난 소니오픈 마지막날 경기소요시간은 3시간 39분에 불과했다.
요즘 슬로우 플레이가 지적될 때마다 나상욱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성적이 좋아지면서 TV화면에 더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해설가들의 독설을 한몸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 ESPN의 골프칼럼니스트 지니 뵈치에호프스키는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가 끝난 뒤 "케빈 나는 '달팽이'랑 플레이해야 한다. 그에게 빠른 것이라곤 이름의 성(Na)밖에 없다. 그는 샷하기 전 공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깊은 명상에 빠진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10월 가을시리즈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에서 우승할 때도 슬로우 플레이가 수차례 지적됐다. 우승권 선수를 비난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최근 '폭스스포츠'는 'PGA선수중 케빈 나의 플레이가 가장 느리다. 많은 동료들이 그를 고질적인 슬로우 플레이어로 규정하고 같이 플레이하기 싫어한다'고 전했다. 또 '샷을 하는데 규정시간(40초)을 넘기고, 퍼팅 때 60초를 넘기고, 60cm 거리에서도 퍼터를 세워 눈을 감고 보는 측량추 방식을 쓴다'고 꼬집었다.
PGA는 샷 시간 규정이 있다. 한 조의 선수 중 제일 먼저 티샷하는 선수는 50초, 나머지 선수들의 티샷과 일반샷은 40초의 시간을 갖는다. 이를 어기면 경고, 1벌타, 2벌타를 받지만 실제 벌타를 부여하는 경기위원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골프는 경기중 돌발상황이 많고, 안전을 위해 앞 조가 떠나야 그 다음 조가 플레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시 타당 40초를 주고 경고, 벌타, 벌금(최대 2500달러)까지 부과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3인 1개조의 경우 라운드 소요에 4시간 20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일부 선수들의 지나치게 긴 '루틴(평상시 스윙전 습관)' 때문이다. 골프의 최대 약점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이다. 골프장 내장객이 줄고, TV시청률은 떨어지고, 갤러리는 감소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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