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내부 비리로 축구계가 몸살이다. 최근 내부 직원의 공금 횡령으로 촉발된 축구협회 노동조합의 책임자 문책 요구.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건넨 협회 수뇌부. 여기에 비리 직원이 협상카드로 꺼냈다는 또 다른 협회 내부의 아픈 고리까지. 비리는 꼬리를 물고, 까면 깔수록 양파 껍질이다.
이는 곧바로 내년 1월에 있을 축구협회 회장 선거로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노동조합이 타깃으로 잡은 김진국 전무이사의 사퇴를 받아들이고 김주성 국제국장을 사무총장에 임명해 사태 일단락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실망은 이미 수뇌부에까지 미친 상태다.
지난해말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해임시킬 당시 축구협회는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 집행을 했다. 조 감독은 반발했고, 독단적인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축구협회는 서둘러 해명에 나섰지만 한달 가까이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번 사안은 더 중하면 중했지 덜하지 않다. 감독 해임은 까놓고 보면 절차상의 문제가 근본 원인이었고,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에 대한 가능성 등 A대표팀 성적에 대해선 '못했다', '더 지켜봐야 한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사건은 도덕적인 비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의미를 축소시키기엔 축구협회 수뇌부의 사태 판단이 너무 안이했다. 또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뇌부의 도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김진국 전무이사가 물러났지만 파문이 여기서 끝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축구협회 수뇌부가 어떤 형태로든 안아야할 부담이다.
내년 1월 축구협회 회장 선거의 구도는 이미 정해졌다. 현 집행부 대표 VS 축구 야권 대표다. 현 집행부 대표는 정몽준 명예회장 쪽에 서 있는 조중연 회장이 가장 유력하다. 조 회장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반대 쪽에 서 있는 인물중에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65)이 가장 눈에 띈다. 허 회장은 수년전까지 축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워온 축구계 야당 인사들의 구심점이던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든 인물이다. 축구인 출신 기업가인 허 회장은 두 번 대한축구협회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청소년대표, 서울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대한축구협회 이사, 기술위원장, 부회장도 맡은 바 있다. 3년전 이맘때 조중연 현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맞대결 해 8표 차로 졌다.
허 회장은 "올해 중반쯤 회장 선거 출마여부를 공식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사건은 큰 틀에서보면 축구계 야당 쪽에는 분명 플러스다. 물론 1년이란 시간은 판단을 바꾸는데 충분한 기간이지만 흘러가는 패턴은 현 집행부 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초유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6개월 넘게 선수 징계와 재발방지로 고통을 겪었다. 프로축구 승강제 잡음 역시 축구협회의 지원과 장기비전 부재를 떠올리게 했다.
현 집행부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과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등 큰 호재들이 있었지만 이를 더 큰 한국 축구 발전으로 승화시키는데 실패했다. 지금으로선 조중연 회장의 재선 출마도 오리무중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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