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코치잖아요. 지도자로 빨리 출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죠."
아쉬움이 없을리 없었다. 아직 선수로서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채종범은 고향팀에서 지도자로 새출발하는 것을 선택했다. NC 채종범 타격코치(35)는 아직도 '코치'라는 직함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그는 "선수가 선수 욕심이 없으면 거짓말"이라며 "아쉬움은 있지만, 고향팀에서 한번 더 뛰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채 코치는 지난해 11월 말 2차 드래프트가 끝난 뒤 KIA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미 소식을 알고 있던 터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빨리 새 둥지를 찾아 현역 생활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방출된 뒤 얼마되지 않아 치과 레지던트인 부인과 결혼식도 올렸다. 하지만 선뜻 계약하자는 팀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12월 말, 채 코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코치로 함께 해보자'는 NC의 연락. 고민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마산이 고향인 그에게 낯선 곳도 아니었고, 지도자 생활을 하루빨리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평생을 해온 야구, 프로팀 지도자로 빨리 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채 코치는 2000년 SK에서 데뷔해 2008년 시즌 중 KIA로 이적했다. 통산 681경기서 타율 2할6푼2리에 50홈런 246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보기 드문 우타 외야수로 가치가 있었지만, 2009년 받은 무릎 수술 후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채 코치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무릎 상태 때문에 러닝하는 시간도 줄고, 캠프에 못가고 2군에만 머무면서 스스로도 심적으로 위축됐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이 내게 가졌던 부상선수라는 인식도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강진에서 17명의 잔류군을 지도하고 있는 채 코치는 선수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의 아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채 코치는 "여기엔 방출과 미지명의 아픔을 겪고 트라이아웃을 통해 힘겹게 입단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캠프에 못가면 어린 선수들은 크게 실망하기 마련"이라며 "난 은퇴한지 얼마 안되서 아직 선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뛰면서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금은 선배이자 형같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그에게 17명의 선수들을 잘 보듬어주라고 주문했다.
NC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그는 "마치 내 신인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새롭고 풋풋한 선수들이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자 예전 생각이 나는 듯 했다.
해외 전지훈련 대신 잔류군을 이끌게 돼 아쉬운 점은 없을까. 채종범은 "아직 까마득한 코치 선배님들께 배울 게 많다"며 "아직 나에겐 애리조나 보다는 강진이 딱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 선수들이 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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