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에 결혼한 이정현씨(가명·37)는 원하는 아기를 갖지 못해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몇 개월 전부터 월경통이 심해지고 출혈도 많아 산부인과를 찾았다. 검진 결과 의사는 자궁에 선근종이 생겨 자궁절제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수술을 하고 임신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 얼마 전 수술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술'을 받고 임신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몸에 칼을 대지 않으면서도 방사선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비침습적 종양치료술이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 치료에 본격 적용되면서 여성환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이푸(HIFU, 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나이프'로 불리는 이 치료술은 간암과 췌장암, 유방암 등의 악성종양과 자궁근종 및 자궁선근종 등의 양성종양을 수술 칼로 제거하거나 조직에 방사선을 쬐지 않고 초음파를 모아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베드로병원 종양치료센터 김태희 과장은 "국내에서도 사이버나이프나 토모테라피와 같이 수술 하지 않고 종양을 치료하는 비침습적 암 치료술이 시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방사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조직이나 기관에 방사선이 축적될 수 있고 암세포를 확실히 없애지 못 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며, "고강도 집속 초음파술은 초음파를 병소에 집중시켜 열을 발생해 제거하기 때문에 주변조직 손상이나 장기 손상이 없고, 문제가 되는 암세포를 확실히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 근종 등으로 월경과다나 월경통 심할 때 자궁적출 않고 치료
여러 여성질환 가운데서도 자궁질환은 특히 임신이나 성생활과 관계가 깊고, 연령층도 30대에서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자궁근육에 생기는 물혹인 자궁근종의 경우 35세 이상 여성 10명 가운데 4, 5명에게서 나타날 만큼 흔한 편.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치료를 받는 환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 2005년 19만5천명이던 환자 수가 2009년에는 23만7000명으로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을 끝낸 40~50대 이후에 이런 질환이 있으면 지금까지는 자궁을 떼어내는 적출술을 주로 해 수많은 '빈궁마마'가 양산돼 온 게 사실이다. 2010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자궁절제술은 40대가 가장 많이 하는 수술 가운데 치핵수술에 이어 2위로 꼽혔다.
자궁근종의 절반 정도는 증상이 없어 진행 정도를 관찰만 하면 되지만, 월경과다에 따른 빈혈, 골반 통증과 월경통, 성교시 통증 같은 동통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 등을 위해 자궁을 보존해야 할 경우 지금까지는 호르몬 주사를 이용한 약물치료나 종양 만을 제거해 내는 근종적출술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호르몬 요법은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근종적출술은 재발률이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자궁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왔다.
월경과다와 월경통이 특징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자궁선근종도 마찬가지. 자궁내막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자궁의 근육층 안에 있거나 자라는 자궁선근종은 특히 통증이 심하고 하혈이 많아 환자 대부분이 빈혈에 시달리게 된다. 자궁선근종이 있으면 초기에는 소염제나 먹는 피임약 등을 복용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을 쓸 수 있으나 증세가 심하면 역시 자궁을 절제해야 했다.
하이푸 나이프, 돋보기로 햇볕 모아 병소 태우는 원리로서 통상 1회 시술
현재 영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하이푸 나이프는 자궁을 떼어내지 않고 치료함으로써 임신 가능성을 열어주고 여성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다. 하이푸 나이프에 쓰이는 초음파는 통상 산전검사에 활용되는 종류로 인체에 무해하며, 우리 몸을 쉽게 통과하는 특성이 있다. 이 초음파를 돋보기로 햇볕 모으듯 모으면 열을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생기는 60~100℃의 열로 목표하는 종양을 3차원으로 구획해 조각조각 태워 괴사시키게 된다. 특히 암세포는 열에 취약해 보통 40℃ 이상이면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충칭의과대 웬지 첸 교수팀이 2011년 9월 국제치료초음파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궁근종 증상이 있는 757명의 여성환자에게 하이푸 치료를 실시한 결과 시술 받은 지 3, 6, 12, 24, 36개월 후의 근종 크기 감소율이 각각 31.2%, 58.5%, 70.3%, 82.8%, 89.7%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으며, 치료 후 92.5%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확연하게 감소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이푸 나이프는 신체 절개가 없는데 따른 장점이 많다. 외과수술에 따른 상처나 출혈이 없으므로 상처 감염에 대한 우려도 없으며,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김태희 과장은 "하이푸 나이프로 자궁종양을 치료할 경우 굳이 입원할 필요가 없으나 환자에 따라 통증이 있다면 하루 이틀 입원해서 관리를 하게 되며, 간암의 경우는 시술 전후 각각 3일씩 입원해 시술 전 검사를 하고 환자 상태를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시술의 제한점은 종양이 몸의 겉피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깊숙한 곳에 있거나, 복부지방이 심하게 두꺼워도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치료횟수는, 방사선에 의한 주변 정상 장기의 손상이 없어 원칙적으로 무한 반복치료가 가능하나 통상 한번의 시술로 치료를 끝내게 된다. 치료시간은 종양의 개수보다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5cm 미만이면 1시간 안에 끝날 수 있고, 5~10cm 라면 1~3시간, 선근종의 경우 10cm 이상이면 두 번에 걸쳐 시행할 수도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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