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러가기도 그렇고. 그저 잘 버텨내기만 바랄 뿐이죠."
아버지는 스마트폰에서 아들의 얼굴을 본다. 차가운 액정화면이 마치 사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인양 보고 또 들여다 본다. 그리고는 꼭 전해지길 기대하며 홀로 말한다. "아들아, 힘 내라"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프로야구 5개 구단(KIA 한화 두산 넥센 NC)이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KIA와 두산은 애리조나의 주도인 피닉스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서프라이즈와 피오리아에는 각각 캠프를 차렸다. KIA의 훈련장인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얄스 콤플렉스'에서 두산 훈련장인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는 차로 이동하면 20분이면 갈 수 있다. 서울의 목동구장에서 잠실구장까지보다 훨씬 가깝다.
하지만, KIA 박철우 2군 타격코치에게는 이 가까운 거리가 한국과 미국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가보고 싶지만, 선뜻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두산 캠프에는 박 코치의 아들인 박세혁이 있다. 고려대를 졸업한 포수 박세혁은 올시즌 5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이른 바 '2세 선수'다. 박세혁은 아직은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있지만,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큰 명성을 쌓을 수도 있는 미완의 대기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박 코치의 마음은 뿌듯하면서도 안쓰럽기만 하다. 아들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첫 캠프에 합류한 것이 기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고비들이 걱정되는 것이다. 수시로 차를 달려 아들에게 가고 싶지만, 공과 사는 지켜야 한다. 아무리 부자지간이라고 해도 KIA 코치가 두산 선수를 가르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아들의 얼굴을 보는 심정으로 박 코치는 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모바일 메신저로나마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KIA의 아침 특타조를 지도하던 박철우 코치는 기자에게 대뜸 "우리 세혁이 보셨나요"라고 물었다. 전날 KIA의 휴식일 때 두산의 훈련현장을 다녀왔다는 말을 전한 뒤였다. 그러면서 박 코치는 "녀석이 지금은 마냥 캠프에 합류해서 기쁘다고 하는데, 이제 힘들어질 시기가 됐어요. 이 고비를 이겨내야 하는데"라며 걱정을 털어놨다. 좋은 조언을 좀 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코치는 "제가 괜히 여러말 하면 오해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모바일 메신저로 그냥 '힘내라'는 말만 합니다. 그리고 두산에 좋은 코치님들이 많이 계시니까 잘 배우리고도 하고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걱정되는 아버지의 마음과 냉정한 프로팀 코치의 자제력 속에 애리조나의 나날은 흘러간다.
서프라이즈(애리조나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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