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카콜라 체육대상 현장에선 스포츠 스타들간의 유쾌하고 뜻깊은 만남들이 차고 넘쳤다. 인상적인 장면, 의미 있는 시선들만 콕 집어냈다.
'핑퐁여왕' 현정화-'피겨여왕' 김연아 만남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사석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난 지금의 김연아 못잖았다"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주변의 탁구인들은 "아니, 그 이상이었지"라며 긍정의 추임새를 아끼지 않는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미모의 '핑퐁여왕' 현 전무와 2000년대 '피겨여왕' 김연아가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현 전무의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위하여!"라는 건배사에 맞춰 선후배가 잔을 부딪쳤다.
한국 스포츠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뜻깊은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남녀 신인상 시상식에서 절친 후배 김해진에게 꽃다발을 건네기 위해 김연아가 나섰고, 애제자 김민석을 축하하기 위해 유남규 남자탁구대표팀 전임감독과 현 전무가 무대에 올랐다. 정 훈 유도대표팀 감독의 지도자상 수상 때는 김재범이 스승에게 '꽃'을 바쳤고, 양학선의 최우수선수상 수상 땐 아테네올림픽에서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친 스타플레이어 출신 양태영 코치가 꽃다발을 건넸다.
'20세 대세론' 양학선 김민석 한경희
스무살이 대세였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남자체조의 양학선, 우수선수상을 받은 여자양궁의 한경희, 남자 신인상을 받은 남자탁구 김민석은 나란히 1992년생, 황금같은 만 20세다. 남자우수상을 수상한 27세의 김재범(남자유도)은 오히려 노장으로 분류됐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각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당찬 막내들이다. 거침없는 패기와 두둑한 배짱,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에 베테랑 선배들을 넘어서는 탁월한 실력으로 무장했다.
양학선 여자친구 '스포트라이트'
시상식 직후 기자들은 양학선의 '꽃다발녀'에게 몰려들었다.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건네며 포옹한 4세 연상의 정지혜씨(24)는 헤어디자이너다. 친구의 소개로 만나, 사귄 지 정확히 141일 됐다. 둘 다 꼬박꼬박 날짜를 정확히 꼽고 있었다. "언제 만났냐?" "손에 낀 반지는 누가 사줬냐?" 등 질문이 폭주했지만 수줍게 한두마디를 건넬 뿐 말을 아꼈다. 하지만 양학선은 여자친구에 대해 속시원하게 답했다. "원래 숨기지 않는 성격이다. 여자친구도 공개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외출이 허락되는 주말에 만나지만 (여자친구가) 안식처가 된다. 일 때문에 힘들텐데 내색을 안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승훈 남자추월 단체팀 '단체 세이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바쁜 훈련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의 전원출석까지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유럽 투어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김민석은 시상식 전날 밤새 '토사곽란'에 시달린 와중에도 시상식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정 훈 유도대표팀 감독은 시상식 참석을 위해 파리 그랜드슬램 유도대회 비행 일정을 이틀이나 미뤘다. 선수단만 먼저 파리에 보냈다. 급하게 비행 일정을 조정하느라 티켓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단다. "덕분에 비즈니스석 타고 갑니다"라며 웃었다. 영하 17도의 한파가 몰아친 2일, 서울 시내 도심 교통 체증은 최악이었다. 우수단체상을 수상한 이승훈-고병욱-주형준 등 스피드스케이팅팀이 호명과 동시에 시상식장에 가까스로 '슬라이딩 세이프' 됐다. 국제빙상연맹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딴 팀답게 깔끔한 '막판 스퍼트 능력'을 뽐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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