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드디어 등장했다.
조 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련의 비상식적인 축구협회 행보에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지난달 초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을 밀실야합으로 경질한 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조 회장은 경질 발표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마지막에 꼬리를 감췄다. 비리 직원을 비호한 일어난선 안 될 사건이 터진 후에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은 "송구스럽다", "깊은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등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1억5000만원)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지시했다. 축구협회는 이를 인지하고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조 회장은 "감사와 별개로 이사회에서 퇴직 위로금을 환수하고 그 직원을 형사고발 조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선수를 친 셈이다.
그는 체육회의 감사 결과는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다만 '행정책임자의 업무상 배임 혐의 형사 고소 지시'에 대해서는 "부하 임원을 제가 고소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체육회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재협의를 요청하고자 한다"고 했다. 행정책임자는 최근 사퇴한 김진국 전무다.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한 배경에 대해서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 교체 문제 등으로 협회가 집중 비판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금전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협회의 이미지 추락이 염려돼 문제를 봉합하는 고육지책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외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서는 떳떳하다고 했다. 그는 "축구협회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비자금 등 부정을 저지른 것은 결코 없다. 더 큰 비리를 막기 위해 협회가 그 직원과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다"며 "관계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면 협회는 언제든지 조사에 응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내년 협회장 선거의 불출마도 시사했다. 올해 축구계는 선거의 해다. 연말 시도협회장과 산하 연맹 회장 선거에 이어 내년 1월 협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조 회장은 재선을 노렸으나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악재에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남은 11개월의 임기 동안 모든 것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은 선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 진출입니다. 연연하지 않겠다는 한 것에 대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매모호했지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조 회장은 끝으로 법무팀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회내에 사법과 감사 회계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강화하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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