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올해는 절대 보지 말자. 알았지?"
이 말, 마치 연을 끊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형제가 나눈 대화치곤 좀 무섭다. 하지만 나성용(LG·24)-나성범(NC·23) 형제는 아무렇지 않게 이런 대화를 한다. 전지훈련 탓에 멀리 떨어져있지만 SNS나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이 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다. 신생구단 NC 소속인 나성범은 2군에서만 뛰어야 하기에 둘은 이런 말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형제는 2012년 각자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서 3라운드 17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던 형 나성용은 FA 보상선수로 LG로 이적하게 됐다. 동생 나성범은 대학 최고 왼손투수로 평가받고 올해 신인 최고 계약금인 3억원에 NC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김경문 감독과 상의 끝에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둘은 이렇게 같은 시기에 야구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형제는 닮은 것일까. 둘 모두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있다. 실망이나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둘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가고 있었다.
나성용은 이적 직후 LG 주전포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도 포수로서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던 터. 캠프에 가자마자 김정민 코치에게 송구 동작을 수정하고 싶다고 했다. 힘 하나는 탁월했지만, 이상하게 2루 송구 시 그 힘이 다 쓰여지지가 않았다. 나성용은 김 코치의 지도에 따라 새로운 폼을 몸에 익혀가고 있다. 방망이가 좋기에 공격형 포수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나성범은 강진-제주도-애리조나를 거치며 대학 최고 좌완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호타준족' 중견수로 거듭나고 있다. 고교 때까지 외야수를 병행했지만, 프로는 달랐다. 처음부터 모든걸 다시 배우는 중. 그래도 재능이 탁월해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좋다는 평이다. NC 코칭스태프는 나성범이 체격조건이 좋고,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겸비해 소위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은 연년생이다. 야구는 형인 나성용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먼저 시작했다. 야구에 관심이 없던 나성범에게도 탁원한 운동신경 탓에 주변의 권유가 끊이질 않았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형과 함께 뛰는 게 너무 좋았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같은 학교 야구부에서 운동했다.
나성범은 형보다 프로생활을 먼저 시작할 수도 있었다. 광주 진흥고 3학년 때 2008 신인드래프트서 2차 4라운드로 LG에 외야수로 지명됐다. 하지만 그는 LG의 제안을 뿌리치고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다. 고교 때 본격적으로 투수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터. 무엇보다 형과 함께 투-포수로 배터리를 이루고 싶었다.
과거 꿈꿔왔던 동생이 던지고, 형이 받는 모습은 불가능해졌다. 같은 팀에서 뛰는 것 뿐만 아니라, 동생이 다시 야수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대신 둘은 "올해는 절대 보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2012년 2군이 아닌, 2013년 1군에서 만날 형제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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