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한대화 감독은 요즘 투수 장민제(22)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프로 4년차인 장민제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민제의 별명은 '장심각'이었다. 한 감독이 보다 못해 일부러 자극을 주려고 붙여준 별명이었다.
생기 발랄해야 할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항상 심각한 표정을 짓고 다니며 보는 사람까지 숙연하게 만든다고 해서 한 감독이 얼굴 좀 펴고 다니라는 의미에서 '장심각'이라고 부르며 장난을 걸기도 했다.
장민제 딴에는 경기에 앞서 전쟁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로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한 것 뿐인데 표정 때문에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장민제는 지난 시즌 한화가 마땅한 용병 선발 투수가 없어 고전하고 있을 때 류현진 양 훈 안승민 김혁민 등과 함께 선발 라인을 구축하는 등 1군에서 보약같은 역할을 했다.
2011시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한 시즌 동안 성장한 투수, 2012년 기대되는 젊은 일꾼으로 주목받았다. 한 감독은 그런 장민제에게 더욱 애착이 갔다.
그런 장민제가 스프링캠프에서 '장심각'이 아닌 '장활달'로 변신했다. 혼자 변한 게 아니다. 옆에서 그의 변신을 도와준 멘토, 도우미가 있었다.
팀의 에이스 류현진(25)이다. 한화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과 장민제가 한방을 쓰는 룸메이트로 배정했다.
한 감독의 의중이 있었다. 류현진은 한화 선수단에서 가장 활달하고 넉살좋을 뿐 아니라 긍정적이기로 소문 나 있다. 한 감독은 매사에 '심각한' 장민제를 류현진과 붙여놓으면 류현진의 긍정적인 성격이 전파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는 적중했다. 최근 류현진과 장민제는 훈련장에서도 찰싹 붙어다니며 잉꼬부부같은 금슬을 자랑하고 있다. 장민제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으로 가득찼고, 고된 훈련에도 즐거워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도 나온다. 류현진은 그동안 너무 많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온 터라 항상 막내같은 구석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후배 장민제과 살을 섞고 지내며 챙기면서 의젓한 면모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냥 열혈소년같던 류현진은 점잖해지고 애늙은이같던 장민제는 활달함을 찾으며 서로 절묘하게 동화된 것이다. 훈련장에서도 붙어다니는 이들을 보면 주변에서는 "너희들 사귀냐"고 기분좋은 시샘을 하기도 한다.
한화 스프링캠프장에 불고 있는 '짝짓기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맏형 박찬호(39)와 3년차 새까만 후배 안승민(21)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커플'이다.
공주중-공주고 후배인 안승민은 큰삼촌뻘 되는 박찬호를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어느새 '리틀 박찬호'가 돼 가고 있다. 선배 박찬호가 스타일리스트로 나서 직접 다듬어 주고 조언한 덕분에 턱수염을 똑같이 기르고 있다.
모양새 뿐만 아니라 박찬호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 메이저리거의 훈련자세를 생생하게 터득하고 있는 중이란다. 안승민 역시 장민제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해묵을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입다물고 있는 외모로 보면 회사 '부장님'같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박찬호와 짝을 맺은 이후 막내뻘 동생다운 천진한 웃음이 부쩍 늘었다. 올시즌 선발라인의 기대주로 키워야 하는 한화로서는 안승민의 달라진 표정에서부터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썰렁한 개그 가릴 것 없이 생각보다 많은 유머를 구사하는데 안승민이 여기에 보조맞춰주는 과정에서 한결 밝아졌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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