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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한반도' 산뜻한 출발, 채널 선입견 극복이 과제

by 김표향 기자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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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드라마 '한반도'가 6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황정민과 김정은의 안방극장 복귀, 블록버스터급 규모, 가상의 통일한국을 주제로 한 내용,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과 '대왕세종' 윤선주 작가의 합류 등 요소요소마다 화제를 일으켰던 터라, '한반도'는 기획단계부터 안팎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일단, 첫 출발은 그간의 기대만큼 순조로운 편이다. 전국 시청률은 1.649%(AGB닐슨)로, 종편채널의 프로그램들 중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에 비교하면 턱 없이 낮은 수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종편 입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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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연기력' 황정민-김정은

'한반도'는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상의 한반도에서 시작됐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동해 시추선은 남북 화합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곳을 통솔하는 남한의 과학자 서명준(황정민)은 수중파이프에 균열이 생기자 직접 산소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북한의 과학자 림진재(김정은)는 당의 지령과 과학자로서의 사명감 사이에 갈등한다.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북한에선 쿠데타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시추선에선 핵심기술을 둘러싼 남북 갈등이 불거져 나오는 등 사건들이 빠르게 배치되면서 극 초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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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이처럼 묵직한 사건들을 온전히 지탱하는 힘이 됐다. 특히 황정민과 김정은은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애틋한 감정과 미묘한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다소 전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캐릭터에 인간미를 부여해 설득력을 높였다. 남한 대통령 이순재와 북한 주석 서태화, 그리고 킹메이커로서 서명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게 되는 조성하, 북한의 강경파 김지숙 등 조연 캐릭터들도 단 몇 장면뿐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겼다. 새삼 연기력을 논하지 않더라도, 오랜만에 연기고수들의 내공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스포츠조선DB

압도적인 스케일-과감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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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감독이 그려낸 스케일과 영상미도 단연 돋보였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자랑했던 8000억원짜리 시추선은 국내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스케일을 자랑했다. 제작진은 거대한 시추선과 망망대해를 항공촬영으로 한 장면 안에 모두 담아내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반면에 황정민과 김정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내밀하게 그려내, 대사 없이도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냈다. 이형민 감독이 "몇날 며칠을 찍어도 편집하고 나면 2~3분 분량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듯이 영상에 남다른 공을 들인 결과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의 여왕' '나쁜 남자'의 명성을 잇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황진이' '대왕세종'을 선보였던 윤선주 작가도 민감한 소재들을 전면에 끌어내는 과감한 필력을 발휘한다. 북한 주석이 쿠데타로 인해 총살 당하고, 그 충격으로 인해 남한의 대통령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설정은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형민 감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시점과 맞물려 예민하긴 하지만,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윤선주 작가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남북문제와 통일을 현실의 문제로 구체화하면서도 시대적인 아젠다를 놓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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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조선

종편에 대한 선입견 극복이 과제

그럼에도 '한반도'가 넘어서야 할 벽은 크고 단단하다. 남북문제를 다뤄 크게 성공한 작품이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말고는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다룰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진부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전 작품들의 경우 후자에 가까웠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형민 감독은 "거대 정치 이데올로기보다는 두 남녀가 어떻게 사랑을 이뤄가는가를 보여주는 휴먼스토리에 촛점을 맞추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조차 앞서 많이 다뤄진 설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들에도 전형적인 지점이 엿보인다. 황정민과 김정은이 무시무시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재창조하고 있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과학자에서 통일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서명준 한 사람의 히어로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명준과 신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게 될 북한의 림진재라는 인물 또한 남북 드라마에 필수요소처럼 동반되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장애물은 바로 종편채널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선입견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정은은 "전체적으로 종편채널들이 침체돼 있는 것 같다. 이 드라마로 분위기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채널이 아닌 작품을 봐달라"고 당부했고, 이형민 감독도 "굉장히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선입견 없이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말대로, '한반도'는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 이전에 종편채널에 대한 대중의 단단한 인식을 깨뜨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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