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체 홍백전 2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활약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를 영입한 오릭스 구단만큼은 벌써 이대호 신드롬에 빠질 기세다. 감독도 모자라 구단주까지 "이대호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대호가 4연타석 안타를 터뜨리며 벌써부터 4번 타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는 11~12일 열린 자체 홍백전에서 2경기 모두 홍팀의 4번타자로 2타석씩 나서 4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기대했던 홈런이 없었고 거포 이대호에 어울리지 않는 단타 4개 뿐이었지만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대호의 플레이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점이 오카다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2경기에서 이대호의 타격을 종합해보면 확실히 기존의 용병 4번타자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홈런을 위한 큰 스윙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밀어치기를 하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자세가 상대 투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오카다 감독의 판단이다. 실제로 오카다 감독은 11일 열린 첫 경기에서 이대호가 2개의 안타를 모두 우전안타로 만들어낸 것을 지켜본 후 "이렇게 치면 좋은 타율이 나온다. 4번이 저러한 배팅을 하면 상대가 곤란을 겪는다"며 칭찬했다.
이어 12일 경기에서 타점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보고 다시 한 번 극찬을 했다. 4회 2사 주자 1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폭투로 2사 3루가 되자 상대투수 고마쓰의 슬라이더를 가볍게 잡아당겨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 타격을 지켜본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가 주자가 3루에 있는 것을 의식, 큰 타구를 노리지 않고 타점을 올리기 위해 욕심을 버리는 스윙을 하는 것이 놀랍다"며 감탄했다.
이렇게 오카다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은 이대호는 구단주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다. 이대호 특유의 넉살에 미야우치 요시히코 구단주가 항복하고 말았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은 13일 이대호의 활약상에 대해 보도하며 11일 경기 후 벌어진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11일 경기 후 오릭스 선수단은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구단주 주최의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 안타 행진을 벌인 이대호도 이 자리에 참석해 미야우치 구단주에게 "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며 자신과 동료들의 근황을 전했다. 이 때 이대호 특유의 넉살이 발휘됐다. 보통 한국이나 일본 모두 선수가 구단주에게 농담을 건네기 힘든 분위기인 것이 사실. 하지만 이대호는 미야우치 구단주를 향해 "구단주께서 오시니 연습시간이 짧아져 살맛이 난다. 언제나 연습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국에 비해 훈련강도가 세 힘이 든 이대호의 애교섞인 투정인 셈이었다. 이에 미야우치 구단주도 껄껄 웃으며 "멋진 녀석이다"라는 말로 이대호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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