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일은 선수들한테 한마디 할 생각입니다."
LG 김기태 감독은 15일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오키나와캠프를 찾은 백순길 단장을 맞이한 것을 제외하곤 그저 방에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을 정리해야만 했다.
김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지난해 10월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그랬다. 첫 단체훈련이었던 진주 마무리캠프부터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원칙'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그에게 경기 조작 사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경기 조작 파문이 확대되던 지난 14일, LG는 오키나와 나고구장에서 니혼햄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3대4로 패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 내용을 보였다. 이튿날 휴식일을 앞둬서인지 선수들 역시 몸이 가벼웠다. 하지만 연습경기가 끝난 뒤 경기 조작에 대한 이야기가 선수단에 퍼졌고, 순식간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코치들도 선수단과 미팅을 갖고 "혹여 브로커들이 접근해도 절대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15일 아침, 한 매체에서 연루된 두 명의 선수가 LG 소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날 밤 브로커 강씨가 언급한 A,B선수의 실명까지 보도되진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두 선수의 이름이 빠르게 확산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까지 전해 듣고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오전 통화에서는 "우리팀이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에 할 말을 잃었다"며 "정말 경기 조작이 있는 게 사실이냐? 지금 한국 상황이 어떻게 돼가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이날 오후 입국한 백 단장이 의혹을 산 A선수와 1시간 동안 면담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엔 목소리도 다소 밝아졌다. 김 감독은 "일단 선수가 아니라는데 감독이 더이상 의심해서는 안된다"며 "오늘 하루 선수단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빠르게 재정비해 다시 일어서겠다"고 밝혔다.
A선수와 이 문제로 직접 이야기를 나눌 계획은 없다고 했다. 감독이 직접 묻고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내일 아침 훈련 시작할 때 선수단을 모아 한마디 해야겠다. 무슨 말을 할지는 지금부터 고민할 생각"이라며 "아마도 오늘 밤이 매우 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A선수와 1시간 가량 면담을 가진 백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야기하는 내내 선수가 정말 억울해하더라. 왜 자신의 이름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며 "안심해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선수를 믿어야지 별 수 있나"라고 말했다.
백 단장은 1주일 동안 오키나와캠프에 머물 예정이다. 경기 조작과 상관없이 원래 계획돼 있던 일정이다. 그는 "일단 A선수 외에 면담 계획은 없다. 그래도 이번 일로 선수단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 운동하는 동안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구단 역시 선수들의 입에서 직접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검찰 조사가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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