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량은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제외됐던 SK 이호준과 박진만이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에 합류한다. 동료들이 한달간 미국 플로리다의 뜨거운 태양아래서 땀을 흘리는 동안 인천 문학구장과 송도LNG야구장에서 띠동갑 후배들과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을 해왔다.
둘은 동료들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돌아오던 16일에도 송도LNG야구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했다.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야구장이라 바람이 많은 곳. 전날엔 너무 추워 눈만 내놓고 얼굴까지 꽁꽁 싸맨채 훈련을 했던 이호준은 16일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음에도 예상외로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잠잠하자 "아이고 이 정도만 돼도 감사하지"라며 마지막 땀방울을 쏟았다. "지금 당장 경기하면 이 기온에 익숙한 우리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요? 오키나와는 지금 10도가 넘는다는데 거기가면 우리 둘은 반팔로 뛰어도 될것 같은데…"라며 여전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당초 둘은 플로리다 전지훈련 명단에 '당연히' 있었다. 박진만은 주전 유격수고 이호준 역시 중심타자. 그런데 1월초 전 선수와 프런트가 모여 실시한 워크숍에서 마지막 특강시간에 빠진 것이 문제가 됐다. 단체 생활에서 모범이 돼야할 베테랑이 개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이만수 감독이 회초리를 든 것. 다른 선수들에게도 분위기를 해치는 개인행동을 하지말라는 일종의 본보기였다.
박진만에겐 색다른 체험이었다. 데뷔한 이후 한국에서 겨울 훈련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부진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이 삼성시절인 2010년이 처음일 정도로 박진만은 항상 주전으로 거의 전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마무리훈련도 참가하지 않았고 항상 전지훈련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추워서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그냥 싱긋 웃고 만다. 힘들다고 말해봤자 푸념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
그래도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했다면서 훈련량에선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큰소리다. "여기서 훈련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오키나와에서 잘하고 싶다"는 박진만은 "플로리다에서는 인원이 많아 선수마다 배팅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을텐데 우린 김용희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셔서 치고 싶은 만큼 쳤다"고 했다. 하지만 실전 감각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미국에서는 시물레이션 배팅이나 연습경기도 하면서 타자들이 투수들의 공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추워 실내 훈련만 한 날이 많아 실제로 투수의 공을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오키나와 전훈)초반엔 힘들 수도 있겠다"라고 했다.
이호준 역시 알찬 국내 훈련을 했다. 김용희 2군 감독과 함께 타격폼도 수정했다. "최근 에버리지를 중요시하다보니 깎아치는 스타일의 타격을 했다. 이번에 장타를 칠 수 있도록 김 감독님과 함께 타격폼 수정했다"는 이호준은 "감독님께서 태플릿PC를 이용해 내 타격 자세를 계속 찍어주시면서 폼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다. 희한하게도 내가 홈런을 많이 치던 2000년대 초반의 타격폼과 지금 바꾸려는 타격폼이 같더라. 아직 바꾼 타격폼이 몸에 붙지 않아 불편한 감이 있지만 이 폼을 고수해서 좋은 타격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준은 문학구장의 라커에 2000년대 초반의 파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연속 타격 사진을 붙여놓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다.
오키나와 전훈을 위해 짐을 싸던 박진만은 "우리가 올해 성적이 좋으면 앞으로 베테랑들은 다 국내에서 훈련하는 것 아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위기에서 쓰러지지 않고 일어난 프로 17년차 베테랑의 자신감이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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