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의 일본에서 치른 실전 첫 안타의 의미가 남달랐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대호는 19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전에서 연습경기 2경기 만에 첫 안타를 기록했다. 본인은 "연습경기 안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큰 가치를 두지 않았지만 사연을 알고보면 이 안타에는 이대호의 투혼이 숨어있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이대호에게 "손가락은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대호는 "괜찮다"고 답했다. 이어 "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하는가"라고 물었고 "큰 이상이 없어 예정대로 경기에 출전한다"고 했다. 그 때까지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알고보니 이대호의 왼손은 괜찮은 상태가 아니었다.
이대호는 18일 기노자 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첫 연습경기에서 방망이를 쥐고있던 왼쪽 새끼와 약지 손가락 부근에 공을 맞았다. 평소 이대호의 타격 스타일상, 배트 밑동을 왼손으로 다 가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 쪽 부분에 공이 맞게되면 파울이 아닌 사구로 판정이 나야하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이대호는 장갑을 벗어 손을 보여줘가며 항의를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부상이 염려됐던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해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통역을 맡고 있는 정창용씨에게 "정말 괜찮은가"라고 물었더니 "몸이 원채 강한 이대호라 괜찮았지 큰 부상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씨는 "사실 지금 손이 퉁퉁 부어있는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이대호는 경기 전 연습에서 왼손에 낀 장갑을 자주 벗으며 손가락 상태를 점검했다.
그렇다면 비중이 크지 않은 연습경기이기에 빠지는 것도 이대호를 위한 길이었다. 하지만 경기 출전은 이대호가 선택했다. 정씨는 "코칭스태프가 이대호에게 의사를 물었지만 이대호는 주저 없이 '뛰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이렇게 연습경기에서까지 투혼을 보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로 크지 않은 부상 때문에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애초에 "이대호가 빨리 일본야구에 적응하려면 실전을 많이 치러야 한다"며 연습경기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대호도 이런 오카다 감독의 뜻을 잘 알기에 실전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둘째로 이대호 특유의 오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카다 감독은 한신전 후 "이대호가 한방으로 보여줄 수 있는데 항의를 했다"며 질책성 발언을 남긴 바 있다. 이에 이대호는 실전에서 오카다 감독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이대호는 오카다 감독 앞에서 보기 좋게 첫 안타를 때려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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