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의 일본 가고시마 전훈 캠프는 유쾌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선 선후배를 막론하고 눈가에 장난기가 잘잘 흐른다. 당연히 멀쩡한 이름보다 기상천외한 별명이 더 자주 불린다.
물론 '왼발잡이 풀백' 홍 철(22)을 '가레스 홍철'로, '왼발잡이 공격수' 한상운(27)을 '한페르시'라 부르는 이는 없다. 팬들 사이에 회자되는, 빅리그 최고 선수들에 빗댄 기분좋은 별명을 그냥 편히 불러줄 리 만무하다. 1년 365일 동고동락하는 이들은 동료의 특성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굴려 서로를 놀려대고 곯려대기 바쁘다.
선배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홍 철(22)은 자주 '싸가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절친한 형들을 향해, 때론 치명적인 장난과 직설 표현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메이커'다. 물론 형들도 상황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농담도 할 말도 잘하는, 밉지 않은 '싸가지'다.
발빠른 적응력으로 순식간에 성남에 녹아든 '이적생' 한상운의 별명을 묻자 '동네아저씨'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경기 뛸 때 산책해요"라고 귀띔했다. 죽어라 뛰는데도 왠지 모르게 걷는 것같단다. 여유로워보이는 플레이스타일 탓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흔한 건 외모에서 따온 별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가 무려 둘씩이나 있다. 올시즌 성남의 흥행 돌풍을 이끌 미드필더 윤빛가람(22)은 경남 시절부터 '뽀로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보면 볼수록 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토끼 캐릭터 '마시마로'도 있다. '난 놈' 신태용 성남 감독이 올 시즌 '날 놈'으로 서슴없이 지목한 2년차 미드필더 전성찬(24)의 별명이다. "광운대 시절부터 그렇게 불렸어요.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좀 덜 타는 편이라 하얗기도 했고, 눈도 그렇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었다. 웃으면 이내 반달이 되는 처진 눈이 인기 캐릭터 '마시마로'를 빼닮았다. 골키퍼 하강진(23)의 별명은 농구선수 '하승진'이다. 비슷한 이름과 큰 체구 탓이라는데 묘한 공통점 때문인지, 듣다 보니 웃음이 터졌다.
◇20일 성남의 전훈 캠프인 일본 가고시마 교세라골프리조트에서 전술훈련을 마친 후 함께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박진포(왼쪽)와 남궁웅
플레이스타일에 기인한 별명도 많다. 올시즌 성남의 오른쪽 수비를 책임질 2년차 사이드백 박진포(24)는 가고시마 캠프에서 '지분사장'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지난주 FC도야마와의 연습경기 직후 홍 철이 대뜸 "박 사장!"이라고 부르더란다. 그라운드 오른쪽 지분을 100% 소유했다는 뜻이다. "오른쪽 날개 에벨톤과 지분을 반씩 사이좋게 나누기로 했어요"라며 웃는다. 성남의 소문난 체력훈련 '지옥의 서킷'에서 단골 1위를 차지해온 '왕체력'이다. 세르비아 용병 요반치치(25)는 왕성한 체력으로 오른쪽 라인을 쉼없이 오르내리는 박진포에게 '베이비 헐크'라는 별명을 선물했다. 힘 좋기로 유명한 '원톱' 요반치치의 별명 또한 '헐크'다. 물론 그라운드에선 '요반'으로 통칭된다. 라돈치치가 '라돈'으로 불렸던 것과 같은 이치다.
성남의 주장이자 철벽 센터백, 사샤(33)의 별명은 모든 상황을 종결시키는 '끝판왕'이란다. "사샤요? 사샤는 진짜 대적할 자가 없어요. 힘도 몸도 성격도 나이도… 아무도 못이겨요."
가고시마=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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