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수원시가 물밑에서 '조용한 반격'을 설계중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원시의 경쟁상대인 전라북도가 활발하게 기업들과 접촉하며 10구단 유치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도계시장 1위 기업인 하림이 전북의 주요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전북도 하림과 접촉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수원시측에서도 전북과 하림의 연결관계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젠 수원시 차례다. 야구단 유치를 위한 그간의 결과물을 한두달내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는 정치이념을 넘어선다
수원시의 10구단 유치 노력은 투-트랙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프로야구단 창단 의지가 있는 기업과 손을 잡는 부분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구단주를 섭외하는 노력이다.
야구단 유치를 위한 세밀한 시나리오는 수원시가 맡았다. 야구장 증축 및 리모델링, 구체적인 타임테이블, 참여기업에 대한 혜택,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큰 밑그림과 세부 전술 등을 수원시가 담당한다.
수원시의 행보를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야구 관계자 A씨는 21일 "본래 KBO가 10구단 창단을 위해 각 지자체와 접촉하면서 김문수 도지사에게도 야구단 유치를 건의했다. 김문수 도지사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협의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됐다. 김 도지사와 염 시장은 당적이 다르다. 하지만 두 지자체장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협력하고 있는 게 핵심이다. 차근차근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까지 표면화
늘 그랬듯이, 신생 구단 창단은 기업 유치가 선결 조건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21일 "구체적인 기업명은 '윗분' 선에서만 알고 있다. 거의 다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윗분'이란 결국 김문수 도지사와 염태영 시장을 의미할 것이다.
이 관계자는 "프로야구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4월까지 구체적인 플랜이 발표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수원시와 경기도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빠르면 3월중에 모든 걸 완료한 뒤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김문수 도지사가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순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수원포럼에 김문수 도지사가 참석했다. 시청 공무원과 일반인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10구단 유치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김문수 도지사는 "기업이 거의 확정됐지만 아직 밝히기는 곤란하다. 걱정 말라"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기업명 노출 꺼리는 이유는
구체적인 기업명이 거론되는 걸 꺼리는 건 '학습효과' 때문이다. 과거 수원을 임시 연고지로 썼던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되고 히어로즈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KT를 포함한 몇몇 대기업도 거론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일시적인 주가하락 등 기업 내부 반발 요인이 있었고, 한편으론 기업체 수장이 자신의 비리 혐의를 야구단 창단으로 무마하기 위해 방향을 돌리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접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수원시가 파트너로 잡은 기업 역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북이 접촉중인 기업중 하나인 하림 보다도 규모와 매출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또다른 프로야구 관계자는 이날 "9구단의 경우에도 결국엔 엔씨소프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업체가 구체화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도 처음에 일시적인 주가하락이 있었지만 진정성이 알려지면서 결국엔 다시 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KBO의 입장
KBO는 10구단 창단 문제가 표면화되는 것 자체를 환영하고 있다. 새 구단 창단은 KBO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존 9개 구단이 주체인 KBO 이사회의 몫이다.
다음달 중순쯤 열릴 이사회에선 10구단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거론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각 구단들이 10구단 체제의 당위성에 대해 인식하는 게 우선이다. KBO가 앞장서서 밀고나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는 또하나의 구단이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기존 구단들도 분명 있다는 의미다.
일단 전북과 마찬가지로 수원시도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1만4465석인 기존 수원구장을 내년말까지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2만5000석 규모로 바꾸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북을 의식한 듯 "새 구단 문제는 지역 안배 정서로 다가설 게 아니라 경제 논리가 우선돼야 한다. 지금 수원시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에 비하면 인구가 40만~50만명 늘었다. 광역 개념으로 보면 570만 인구의 접근성이 보장되는 곳이 수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야구 관계자 A씨는 "안산에 있는 경기도 소유 부지에 2군 훈련장도 볼파크 형식으로 들어선다고 알고 있다. 수원시는 기업에게 야구장 명칭 사용권을 주고 증축, 리모델링의 컨셉트를 정할 수 있는 권리까지 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역시 조만간 야구단 유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 개막 이전에 10구단 창단 논의가 실질적인 경쟁 상황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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