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인 김 모군은 학원을 가기 전 항상 친구들과 패스트푸드 점에 들러 햄버거 세트메뉴로 배를 채운다.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 전 졸지 않기 위해 캔 커피 하나를 마시고 난 후에는 틈틈이 초콜렛을 먹으면서 잠을 쫓고 있다. 10시가 넘어 학원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온 김 군은 학교와 학원 과제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해 에너지 드링크를 하나 마시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 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에너지 음료를 마셔도 잠도 잘 깨는 것 같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져 지쳐 잠들기 일쑤다.
많은 양의 카페인을 함유한 에너지 드링크가 중-고등학교 수험생과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 '잠 깨는 음료수'로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는 박카스에 레모나를 타거나 이온음료를 섞어 마시는 일명 '붕붕 트링크'와 같은 고카페인 음료수 제조법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 많은 양의 카페인 섭취는 집중력을 방해하고 자칫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 얼굴을 가진 카페인
카페인은 뇌혈관 확장 작용을 차단시켜 편두통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며, 평활근을 이완시켜 기관지 천식에도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지방분해 촉진, 이뇨작용 등의 효과도 있어 의학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카페인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중추신경이 흥분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대뇌 피질에 작용해 정신기능, 감각기능 및 운동기능을 일정 시간 활발하게 만들어 주는 각성효과 때문에 피로감과 졸림을 없애준다.
하지만 우리 몸에 필요 이상의 카페인이 들어 올 경우 초조감, 불면증, 얼굴 홍조, 정교한 운동이나 지능적 활동에 대한 장애가 올 수 있다. 심한 경우 전체적인 흥분 작용으로 강직성 경련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몸속에 쌓이는 카페인
카페인은 그 성분이 든 음식을 계속 찾게 되는 습관성 중독이 강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1일 권장량 이상을 섭취하기가 쉽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8~12세 사이 어린이들의 카페인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1일 평균 약 57mg 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콜라 같은 음료와 초컬릿을 통해서였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무심코 먹는 음료와 과자를 모두 합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며 "음료에는 카페인뿐만 아니라 과당이나 설탕도 들어 있기 때문에 비만이나 영양불량까지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 힘들겠지만 우리나라 소아청소년도 탄산음료나 커피맛 음료와 같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초컬릿, 커피맛 성분의 과자, 케?葯樗 군것질거리가 많아지면서 카페인 섭취량 또한 늘어나고 있다.
성인에게 있어서 카페인 1일 권장량은 400mg이다. 소아청소년은 이보다 더 적어 몸무게 1kg 당 2.5mg이다. 김 모군의 몸무게가 60kg 이면 1일 권장 카페인 소비량은 150mg 이다. 에너지 드링크는 약 65mg의 카페인을 합유하고 있어 김 군의 경우 하루 두 병이 적정 섭취량이 된다.
김 군이 패스트푸드에서 250ml 콜라 1잔(카페인 23mg)과 캔커피(카페인 74mg)를 마시고 1g 정도의 초컬릿(카페인 48mg)을 먹을 경우 1일 섭취량에 육박하는 145mg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된다. 그런데 에너지 드링크를 추가로 마시게 되면 1일 권장량을 초과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보다 몸속에 더 오래 남아 키 성장 방해할 수도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카페인에 대한 대응력이 낮은 편이다. 성인이 몸속에서 카페인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5~6시간인데 비해 청소년은 이보다 짧다. 같은 양을 섭취하더라도 청소년들 몸속에 더 오랜 시간 카페인이 머무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를 남용할 경우 심장발작, 안절부절, 두통, 위통, 오심을 일으키고 현기증과 식욕감퇴를 유발할 수 있다.
서정완 교수는 "청소년기에서 20대 초반사이에는 뼈에 무기질이 침착하는 시기로 골 형성에 중요한 시기이다."라며 "이 시기 유제품 보다 고카페인의 음료를 마시게 되면 카페인의 이뇨작용에 의해 뼈로 가는 칼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고 성인이 되어 골다공증이 오기 쉽다."고 말했다.
카페인은 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스트레칭으로 활력을
아직 우리나라는 식품 영양 표시에서 카페인 함유량은 제조업체 자율적으로 표시하게 되어 있어 이를 표시하는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하루에 섭취되는 정확한 카페인 양을 측정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자신의 1일 권장량을 확인하고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표1. 참고)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커피와 초컬릿맛을 내는 식품에만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감기약과 두통약도 일정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으며 우롱차나 녹차, 홍차 등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서정완 교수는 "카페인에 의한 각성효과는 오래가지 않고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라며 "잠을 깨기 위해서는 방안의 환기를 통해 선선한 공기를 마시거나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혈액 순환을 촉진 시켜 주고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오렌지, 귤 등의 신선한 과일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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