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는 오릭스 이대호와 애증의 관계인 두 선수가 있다. 최형우와 정인욱이다. 이 두 사람이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이대호를 만났다. 소속은 롯데에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로 바뀌었지만 그들에게 이대호는 이대호였다.
이들은 만남은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구장에서 이뤄졌다. 오릭스와 삼성의 연습경기. 최형우는 이대호와 똑같이 4번-지명타자로 나서 한-일 야구의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쳤다. 정인욱은 이날 삼성의 선발로 나서 4이닝을 소화했다.
먼저 살펴볼 것은 이대호와 최형우의 대결.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에서 6개의 타격 타이틀을 각각 3개씩 양분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날도 팽팽한 방망이 쇼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오늘 대호형 앞에서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운 최형우가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이대호도 2타수 2안타(2루타 2개) 2득점으로 맞불을 놨다.
삼성과 오릭스의 연습경기가 21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열렸다. 정인욱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오키나와(일본)=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경기 후 최형우는 "내가 잘치고, 삼성이 승리하는 상황에서 대호형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겸손함도 잃지 않았다. 최형우는 "대호형이 두 번째 타석에서 밀어쳐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쳐내는 것을 보지 않았나. 타격 기술이 정말 뛰어나다. 대호형을 따라가기 위해 나도 밀어치는 연습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형우가 친 안타 3개는 모두 우익수 방면의 안타였다. 반면 이대호는 첫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선상 2루타, 두 번째 타석에서는 우중간 2루타를 기록했다.
정인욱은 이대호와 악연이 있다. 지난해 5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이대호에게 3연타석 홈런을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런 '천적관계' 때문이었을까. 이대호의 2루타 2개 모두가 정인욱으로부터 나왔다.
경기 후 이대호는 "인욱이가 선배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안타 치라고 직구를 줬다"며 웃었다. 하지만 정인욱은 "그런 투수가 어디 있겠느냐. 꼭 아웃카운트를 잡고 싶었다"며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냈다. 정인욱은 "내 몸과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경기 후 기록지를 보니 대호형 타석에서만 구속이 5km가 뚝 떨어져 있더라"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랬을까. 결국 정인욱은 그 이유를 실토했다. 그는 "강타자라던 T-오카다도 상대했지만 T-오카다보다 대호형이 훨씬 무서웠다"는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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