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몸이 적응하는 시기다."
이대호의 대답은 단호했다. 일본 취재진은 이대호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홈런에 대해서였다. "홈런은 언제쯤 나오는 것인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이대호는 "지금 홈런을 치면 아까울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대호의 오릭스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일부터 미야코지마에서 열린 훈련을 마치고 18일부터 오키나와 본섬에서 4번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22일 고지로 이동, 또다시 훈련과 연습경기를 이어간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첫 해를 맞아 지금까지 이어진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대호는 21일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를 마친 후 중간 결산 인터뷰를 가졌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에서도 2타석에 나와 2루타 2개를 추가했다. 4경기 9타석에서 2루타 2개 포함, 4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훌륭한 성적이다. 하지만 심드렁했다. 이대호는 "안타 개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대호는 "지금은 투수를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다. 그동안 느린 공만 쳐왔기 때문에 눈이 많이 쉬었다. 눈이 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때 일본 취재진에서 "홈런은 언제쯤 기대해도 좋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대호 특유의 시크함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이대호는 "홈런은 정규시즌 때 쳐야 하지 않나. 지금 홈런을 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고 하며 "솔직히 지금은 타석에 서서 공만 보고 싶다. 안타도 아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삼진만 당하면 민망할까봐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답했다. 이대호의 솔직한 답변에 현장엔 큰 웃음이 터졌다.
이대호는 삼성전에 앞서 한신, 요코하마 DeNA, 야쿠르트와 경기를 치렀다. 3경기를 통해 낯선 일본 투수들과 상대해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투수들이 한국투수들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해보지 못해 별다른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내가 현재 베스트가 아닌 만큼 그들의 몸상태도 최상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22일 고지로 이동, 자체 훈련 후 같은 퍼시픽리그인 세이부전을 시작으로 연습경기를 이어가는 이대호는 "고지에서 역시 그동안 쉬었던 눈과 몸의 반응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현재 몸상태는 60~70% 정도다.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대호는 용병으로서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대호는 "지금까지 운동하며 정말 야구만 잘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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