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육상 트랙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가쁜 숨을 몰아쉰다. 느닷없이 "으와~"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포효한다. 그리고는 특유의 '김광현표 스마일'을 날린다.
그동안 '얼굴 보기 어려웠던' SK 에이스 김광현(24)이다. 김광현은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2차 전지훈련에서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2012 시즌은 개인적으로 특히 중요하다. 악몽과 같았던 지난해의 기억을 잊기 위해서는 올시즌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일단 조짐은 좋다. 지난 마무리 훈련부터 해온 재활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3일 구시카와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김광현을 만났다. 그동안 '잠수'를 깊게 탔다. 언론에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기를 상당히 꺼려왔다. 이날 인터뷰도 사전에 수차례 요청한 끝에 어렵게 성사됐다. 김광현은 우선 "악의를 가지고 인터뷰를 피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문을 뗐다. "못할 때는 말을 아끼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잘 했을 때 당당히 얘기하고 싶었다. 묵묵히 운동해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이날 인터뷰에서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했고,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면 활짝 웃으며 '김광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김광현은 현재 재활조에 편성돼 따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왼쪽 어깨 보강 운동을 주로 하며 캐치볼도 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훈련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러닝 양이 많다. 캐치볼은 40m까지 거리를 늘렸다. 단, 공을 던지다 어깨에 통증이 오면 중단한다"고 했다. 극심한 통증까지는 아니고 팔이 오래 쉬었기 때문에 공을 던지면 뻑적지근한 느낌 같은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특히 늘어난 러닝 양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러닝을 거의 하지 못했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팔에도 무리가 오고 자신감도 떨어졌던 것 같다"며 "올시즌은 체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운동이 잘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김광현은 "복귀 날짜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개막에 맞춰 복귀 날짜를 정해놓으면 몸상태에 맞지 않게 무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에이스로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에 복귀를 서두르다 보면 아파도 참고 던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번 재활은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다만 너무 늦어지지 않게 충실히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이다. 몸상태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올시즌 목표는 '180이닝 소화'다. 선발투수가 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킬 경우 30게임 가량 출전할 수 있다. 180이닝이라면 게임당 평균 6이닝을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확실한 에이스 투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셈이다. 지난해 180이닝을 넘긴 투수는 LG 주키치, 두산 니퍼트, 롯데 장원준 셋 뿐이었다.
김광현은 "작년에 내가 못해 불펜 투수들에 무리가 갔다. 올해는 내가 꼭 불펜 투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한화), 이승엽(삼성) 등 어렸을 때 롤모델로 삼았던 스타 선수들과 한 운동장에 설 수 있다는 것에도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그 선배들과 상대해서 절대 지지 않는 김광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사실 김광현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살짝 조심스러웠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선수에게는 인터뷰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몸도, 마음도 점점 건강해지고 있는 김광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올시즌 그의 부활한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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