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는 특수한 포지션이다.
한 번 주전으로 낙점되면 좀처럼 교체되는 일이 없다. 그만큼 안정감을 요하는 포지션이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도 부임 뒤 "주전 경쟁을 할 수는 있지만, 큰 대회를 치르게 되면 한 명이 주전이 되고, 제2~3의 선수는 희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평했다. 때문에 과연 누가 최 감독의 선택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렸던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최 감독은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 기존 주전 정성룡(27·수원)이 아닌 김영광(29·울산)을 내세웠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부터 이어져 왔던 '주전=정성룡' 공식이 깨진 것이다. 한때 주전 자리를 지키다 이운재(39·전남)와 정성룡에 밀려 만년 2인자 자리를 면치 못했던 김영광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김영광은 전후반 90분 간 골문을 지켰다. 비록 수비 실수와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뛰어난 반사신경과 위치선정으로 선방을 했다. 벤치에서 김영광의 활약상을 지켜 본 정성룡 입장에서는 긴장이 될 만했다.
최 감독이 김영광을 먼저 주전으로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울산 현대의 2011년 K-리그 준우승에 공헌했던 김영광의 기량이라면 A대표팀 주전 자리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더불어 정성룡이 오랜 기간 주전 자리를 지키면서 느슨해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는 효과도 기대했을 법 하다. 우즈벡전이 끝난 뒤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는 정성룡의 눈빛은 달라졌다. 긴장의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최 감독이 쿠웨이트전에서도 김영광을 주전으로 내세울 지는 미지수다. 기량은 대동소이하지만, 경험 면에서는 분명 차이가 난다. 김영광이 2007년 아시안컵 예선 4경기 출전을 제외하면 국제 무대 경험이라곤 친선경기 밖에 없는 점이 걸린다. 반면, 정성룡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뿐만 아니라 베이징올림픽 본선,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본선 등 굵직한 무대를 두루 경험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도 줄곧 주전 자리를 지켜왔다. 쿠웨이트전이 기량과 노련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승부라는 점에서 볼 때 김영광보다는 정성룡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우즈벡전에서 의외의 선택을 했던 최 감독이 또 '깜짝카드'를 내놓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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