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러와'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젠 '부진'을 넘어서 '위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화 '화차'의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변영주 감독이 출연한 27일 방송의 시청률은 7.6%(AGB닐슨, 전국기준). 무려 4주째 내리막이다. 그 사이 KBS2 '안녕하세요'는 시청률 12.4%를 기록하며 저만치 앞서 나갔고, SBS '힐링캠프'는 6.4%를 나타냈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이 1년도 못 버티고 줄줄이 나가떨어질 만큼 맹위를 떨치던 '놀러와'의 명성도 이젠 옛말이 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놀러와'가 '당연한' 1위 자리에 안주하는 사이, KBS2 '안녕하세요'가 어느새 '놀러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12일 처음으로 정상 자리를 빼앗더니 10월에는 두번이나 자리바꿈을 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결국 11월 28일 방송을 기점으로 '안녕하세요'는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고, '놀러와'는 1월 중순까지 두 달 동안이나 한자릿수 시청률의 쓴맛을 봐야 했다.
'놀러와'에겐 이런 상황 자체가 '굴욕'일지 모르지만, '놀러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꽤 차갑다. 탁월한 기획력과 공 들인 섭외가 빛났던 '놀러와'는 최근, 자신만의 강점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0년엔 '세시봉 특집'으로 문화계 전반에 '세시봉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그보다 더 전엔 타사 프로그램인 '윤도현의 러브레터'까지 불러들여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러브레터 특집'을 방송하는 등 '놀러와'의 기획력은 말 그대로 '전천후'였다.
그러나 '놀러와'가 역전 당하기 시작한 지난 해 9월부터 이달까지 25번의 방송에 한정지어 살펴보더라도, 자사 프로그램의 재활용이나 홍보성 기획이 지나치게 잦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라디오스타' 특집을 비롯해 '위대한 탄생2' 멘토 특집, '나는 가수다' 특집, '나는 가수다' 꼴찌 특집 등이 전파를 탔고, '해를 품은 달' 이민호가 출연한 '아역배우' 특집과 '나는 가수다' 조규찬의 '싱어송라이터' 특집처럼 자사 출연진을 내세워 살짝 비튼 기획도 눈에 띈다. 매번 '세시봉'처럼 매번 참신한 기획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개연성이나 화제성 없는 자사 프로그램의 빈번한 출연은 '띄워주기'라는 비판 속에 시청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화차' '특수본' '커플즈' 등의 영화 출연진도 게스트로 초대됐지만, 게스트 사이의 공통점을 잡아내 재치 있는 기획을 내놓던 예전과 비교하면 내용 면에서 다소 부실했다. 결국 '놀러와'가 처한 위기는 기획력과 섭외력에서 힘을 잃으면서 '토크'가 뻔하고 식상해졌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토크쇼의 본질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놀러와'가 매너리즘에 빠진 사이 경쟁 프로그램들은 부지런히 입소문을 탔다.
'안녕하세요'는 악성곱슬머리 주부, 아기 목소리를 가진 20대 여성, 5남매 육아스트레스를 호소하는 14세 정현호군 등 일반인들의 소소한 사연을 내세워 재미와 웃음을 전했고 출연자들 또한 화제가 됐다. '힐링캠프'도 '치유'라는 컨셉트 덕에 문재인, 박근혜 같은 정치인들을 비롯해 최민식, 박칼린, 이승환, 추신수 등 대어급 게스트를 초대할 수 있었다. 공황장애를 고백한 차태현이나 교통사고 사망사건에 연루된 빅뱅의 대성, 대마초 흡연 사건으로 자숙했던 지드래곤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속내를 꺼내놓은 곳도 '힐링캠프'다.
'놀러와' 입장에서 보면, 화제성은 '안녕하세요'에 뒤지고 진정성은 '힐링캠프'에 뒤쳐진 셈이다. 재미, 진정성, 기획력, 섭외력, 이런 단어들은 과거 '놀러와'의 전유물이었다.
'놀러와'의 반전에 대한 힌트는 지난 설 특집으로 2회에 걸쳐 방송된 기인열전 특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통아저씨 이양승, 요기 다니엘, 정동남, 신바람 이박사, 마술사 최현우 등이 출연한 이날 방송은 기성세대들에겐 추억을, 10대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명절 분위기와도 잘 맞았고, 출연진의 진솔한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기인열전 2편은 시청률 14.4%를 기록하며 오랜만에 1위다운 1위를 했다. '놀러와'의 추락을 막기 위해선 이런 신선한 기획이 좀더 많아져야 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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