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의 모습이 느긋하다.
이대호가 4일 일본 고치 하루노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시범경기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안타는 바로 2루타. 눈에 띄는 건 바로 아웃카운트 하나가 삼진이었다는 것이다.
일본 진출 후 공식경기에서 첫 삼진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첫 삼진을 당하고도 태연했다. 그는 "너무 늦게 (삼진을) 먹은 것 아닌가. 일찍 먹었어야 했다"며 웃었다. 해외 진출 후 이처럼 여유를 보인 선수가 있었을까.
이대호는 "10번의 타석 중에 세번만 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호의 여유에는 이유가 있다.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를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 칼날 같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변화구, 일본 투수들의 전매 특허다. 이승엽을 비롯해 일본프로야구의 외국인 타자들이 진출 첫 해 고전하는 이유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변화구 대처를 위해 매시즌 타격폼을 조금씩 수정해오다 역효과를 보기도 했다. 삼성으로 컴백한 지금도 캠프에서 타격폼을 완전히 자리잡는데 매진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러한 일본투수들의 공략을 쉽게 넘기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대호의 타구 방향을 보면,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당겨치기도, 밀어치기도 한다. 코스와 상황에 맞춰 가볍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이는 국내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국내에 있을 때부터 컨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였다. 여기에 부드러운 스윙을 바탕으로 장타를 양산해왔다. 컨택트 능력이 없었다면, 이대호의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일본무대 적응의 우선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조바심에 휩싸여 무너지기 보다는 여유롭게 대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연일 자신을 주목하는 일본 언론 앞에서 이대호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시쳇말로 '쿨'하게 대처하고 있다. 상대 투수들에게 이대호에 대한 압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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