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복잡한 룰이 엄격히 적용되는 야구에서 단 한가지 자유로운 것이 있으니 바로 구장 사이즈입니다. 외야펜스까지 거리나 높이, 구장의 모양이 제각각이죠.
투수들은 좁은 대전구장에서 타구가 뜨면 움찔합니다. 반면, 펜스가 가까워 보이는 구장은 어떨까요. 타자들에게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스윙은 커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구장을 선호하기 보다는 만원관중을 선호한다는 '무대형' 선수도 간혹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수별로 궁합이 잘 맞는 구장은 어디일까요? 선수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지난 시즌 KIA 투수 양현종 선수는 "전 잠실이요"라고 명쾌하게 답했습니다. 이유는 잠실 무패기록을 이어가고 있어서라고 하더라구요. 그러자 옆에 있던 윤석민 선수가 거듭니다. "너 이제 그거 깨진다. 얘기하면 기록 깨져." 아니나 다를까, 징크스 때문이 아니라 실력으로 입증하겠다던 양현종 선수의 포부는 2011시즌 첫 잠실등판에서 패전을 떠안으며 깨져 버렸습니다. 이럴 때면 괜히 그런 화제를 꺼냈나 싶어 제가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내야수들에게는 구장 사이즈보다 잔디가 중요하답다. 그리고 파울라인 부근 땅의 기울기에도 특히 민감하죠. 여기에 더해 SK 내야수 정근우 선수같은 경우 또 한가지 민감한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잔디와 땅의 경계선이 애매해요. 그 곳에 공이 맞으면 불규칙 바운드 처럼 튀는데 막아낼 방법이 없어요." 그러고 보니 잔디와 땅의 높이 차이가 아주 작습니다. 또 외야수들은 잔디 보다는 펜스를 중요시 합니다. 딱딱한 펜스로 인해 사고가 이어지기 때문에 언제나 경계해야 합니다. 워닝트랙을 발견하더라도 속도를 줄이기엔 이미 펜스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푹신한 펜스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죠.
"잠실에서는 자신있게 뒤로 달려가게 되죠." SK 외야수 김강민 선수가 일명 '짐승수비'를 선보이는 것도 넓은 외야와 푹신한 펜스가 한몫 했습니다. 그렇다면 포지션 불문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선호하는 구장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바로바로 '자신의 개인 성적이 좋았던 곳'이라는군요. '○○구장에서 잘 쳤다.' 하나의 믿음이 생기면 자신감도 함께 상승한다고 하죠. 선수들의 징크스를 보여주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내 맘대로 구장의 모양을 요리할 수도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2010년 시즌 LG트윈스가 잠실구장의 펜스를 앞당긴 사례가 있죠. 오 사다하루가 요미우리에서 뛸 때 고라쿠엔 구장의 우측펜스를 앞으로 당겼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왼손거포 배리 본즈를 위해서 오른쪽 펜스를 기형적으로 앞당겨 놓기도 했었죠. 하늘에서 보면 찌그러진 모양의 구장, 모양은 그래도 그 속에서 대기록이 양산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선수들의 말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구장이 어떻게 생겼든, 어떤 잔디든, 내 성적 잘 나는 곳이 바로 꿈의 구장이다." <MBC 스포츠+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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