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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같은 여행지' 익산으로 떠나는 봄마중

by 김형우 기자

전라-호남-장항선의 갈림길이자 새만금 배후도시인 전북 익산은 '알토란' 같은 고장이다. 4대 종교 순례지에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 등 도처에 보고즐길거리가 빼곡하다. 특히 공주-부여와 더불어 백제문화의 중심지로 역사문화기행, 에듀테인먼트 투어의 적지로도 통한다. 서울서 KTX로 1시간 50여분. 접근성 또한 익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런 연유로 이제 막 봄기운이 상륙한 익산 들녘에는 요즘 역사문화탐방에 상큼한 딸기 맛을 찾아 나선 봄마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익산=글·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무성한 초록 잎 사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봄 딸기의 빨갛고 탐스런 자태는 그 생김과 향기만으로도 초봄의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익산시 낭산면 낭산리 우금마을 딸기밭을 찾은 어린이의 모습.<사진=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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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딸기밭으로 봄마중 떠난다

3월초, 아직 강원영동지방에는 폭설 소식이 전해오지만 호남의 양지바른 들녘에는 화사한 봄기운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코끝에 닿는 바람도, 발끝에 전해오는 흙길의 느낌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즈음 오는 봄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딸기밭이 제격이다. 무성한 초록잎 사이에 주렁주렁 매달린 봄딸기의 빨갛고 탐스런 자태는 그 생김과 향기만으로도 초봄의 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잘 익은 딸기를 한 입 베어 물자면 새콤달콤 봄기운이 입 안 가득 전해온다. 특히 바깥 공기와는 다른 따스한 비닐하우스 안은 싱싱한 봄세상이다. 하얀 딸기꽃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꽃가루를 채집하는 꿀벌이며, 허리춤 높이로 아득하게 이어진 초록의 밭이랑은 겨우내 칙칙해진 마음을 금세 환하게 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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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딸기.

익산의 대표적 딸기 생산지로는 낭산면 낭산리 우금마을을 꼽을 수 있다. 낭산면에서는 80여 농가가 20만㎡(약 6만평) 넓이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요즘에는 단맛이 최고(13브릭스)라는 국산 품종 '설향'을 심어 한 해 평균 20~30억 원을 벌어들인다.

이 마을에서는 '수경재배'로 딸기를 생산하는 농가가 몇 집 있다. 그중 4년 전 처음 이 농법을 도입한 '웰컴투 딸기네'는 시아버지(진형섭·75)와 며느리(최애자·42)가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농사를 짓는 곳이다.

이른바 '드림농법'으로도 통하는 '수경재배'는 어른 허리 높이로 배지(재배시설)을 설치해 각종 자양분을 물과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는 장점도 많다. 우선 일반 토경재배에 비해 흙이 묻지 않아 깨끗한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데다 병충해도 적다. 또한 꿀벌 수정으로 이른바 '저농약' 농법 실현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노인들도 거뜬히 일을 할 수 있는 농법이라는 점이다. 70대 중반에 "아직도 청춘처럼 일을 한다"는 진형섭씨는 딸기수경재배 '전라북도 지원 1호'다. 한마디로 앞서가는 농민. 전북대학교 가축병원에서 수의사로 재직했던 그는 71세에 과감히 딸기농사에 도전장을 냈다. 허리 높이에서 딸기를 키우는 수경재배 농법이 있기에 가능했다. 진씨는"수경재배는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 노인들에게는 최고의 농법"이라고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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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는 몸을 숙이지 않고도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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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최애자씨는 결혼 전 흙 한번 만져 보지 않았던 도시처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농법을 공부하는 한편 블로그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미래의 꿈'을 실현 중이다.

"농사를 지을수록 새록새록 의욕이 샘솟는다"는 최씨는 "맛나고 몸에 좋은 딸기 생산을 위해 겨우내 땀을 쏟았다. 제대로 키운 딸기로 봄기운을 듬뿍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올봄은 딸기 값이 조금 올랐다. 지난해 10~11월 이상 고온에 겨울 한파까지 겹쳐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웰컴투딸기네'(010-5145-7624)는 2월 중순부터 5월까지 방문객을 대상으로 딸기 수확 체험을 실시한다. 체험비 1만원(1인)을 내면 딸기를 밭에서 실컷 따먹을 수 있다. 단, 바구니에 담아 온 것은 당일 경매시세로 그 값을 따로 받는다. 요즘 1kg에 1만 원 선. 앞으로 출하량이 늘면 경매 가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백제의 숨결을 느낀다 '문화유적 기행'

미륵사지

미륵사지

익산의 대표적 문화유적으로는 미륵사지를 꼽을 수 있다. 미륵사지는 백제문화유적의 총화다. 동양 최대 사찰 터로 불리는 미륵산자락에 터를 잡은 미륵사는 3개의 법당 앞에 2개의 대형 석탑(동-서)과 목탑(가운데)을 거느렸다. 보통 사찰이 1개의 법당에 1탑 혹은 쌍탑인 것에 비하면 특이하고도 거대한 구조를 지닌 셈이다. 미륵사지는 커다란 2개의 연못과 기단석 등을 기초로 복원해놓은 동탑, 건물터 등을 발굴조성해 당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미륵사지의 최대 유물은 국보 11호 서탑. 현재는 해체-복원공사가 한창이다. 2009년 해체작업 도중 심초석에서 금제사리호 등 사리장엄과 금제사리봉안기, 금제금강경판 등 1400년 전의 값진 유물이 발굴됐다. 사리봉안기의 기록이'삼국유사'의 것과는 달라, 과연 '백제의 무왕=서동'(서동요의 주인공)인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다양한 자료와 유물을 통해 미륵사지 전반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아울러 절터에 복원한 연못 주변에는 벤치도 마련돼 있어 상춘과 더불어 백제인의 숨결을 음미해볼 수 있다.

왕궁리 왕궁유적-오층석탑

왕궁리 오층석탑

백제는 부여와 공주 이외에 익산에도 도읍을 정했다. 1400년 전 백제 무왕은 익산에 왕궁을 짓고 새로운 통치를 시작했다. 무왕은 자신이 적자가 아니었던 탓에 자신의 권력 기반강화가 절실했고, 익산을 그 배경으로 삼았던 것이다.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에 세운 왕궁(600~640년)은 관방산성이며, 능(쌍릉), 국찰(제석사지) 등 궁이 갖춰야 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기가 쉽게 빠져 나가지 않을 말굽형태의 지세에 자리한 기획도시로, 3단으로 조성한 남북 450m, 동서 234m의 장방형이다. 훗날 이곳에서는 40여개의 건물터 등이 발굴됐다.

왕궁리 유적에는 값진 보배가 자리하고 있다.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제289호)'이 그것이다. 높이가 8.5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건립연대가 백제, 통일신라 등 분분하다. 이곳이 왕궁 터였음을 증명하는 유적은 여럿 있다. 그중 '수부명인장와' 이를테면 실명제 기와가 대표적이다. 당시 왕궁 건축에는 실명을 적은 기와를 사용했는데, 그만큼 명장의 수작으로 책임 시공을 했던 셈이다.

왕궁 터에서는 다양한 금제, 유리공예품 등도 발굴됐다. 그중 흥미로운 게 공동화장실 유적이다. 길이가 10.8m, 깊이 3m에 이르는 대형 화장실로 배수시설까지 갖춘 과학적 설계가 돋보인다.

◆그밖의 가볼만한 곳

구룡리 대밭

이밖에 익산에는 보석박물관, 구룡마을 대나무숲, 무왕과 왕비의 능인 쌍릉(소왕릉-대왕릉),함라마을의 전통한옥과 돌담길, 두동교회 등 볼거리기 쏠쏠하다. 그중 2002년 문을 연 '보석박물관'에는 탄생석, 크리스털과 금을 사용해 제작한 '미륵사지목탑'. 세계최대규모의 '보석꽃' 등 각종 보석 11만 80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보석가공판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보석꽃

금마면 구룡마을의 대나무 숲도 볼거리다. 이곳은 국내 왕대나무 생장 북방한계지점으로 너른 대밭이 펼쳐져 있어 영화 '추노' 등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애용되고 있다. 대밭에는 탐방 길이 마련돼 있어 댓잎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김씨 가옥

익산의 또 다른 볼거리로는 전통한옥과 돌담길이 예쁜 함라마을이다. 황등석과 금강산 소나무 등 값진 자재로 지은 김 씨 가옥, 이원배가옥, 조해영 가옥 등 100여 년 전 익산의 세부잣집이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두동교회 내부. 박정호 장로(88)가 내력을 설명해주고 있다.

두동교회도 명물이다.이 교회는 전북 김제 '금산교회'와 더불어 국내 2개 밖에 없는 'ㄱ '자형 한옥 교회로, 1929년에 건립됐다. 남녀유별의 전통 속에서 남녀 모두에게 신앙을 전파하려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강단 중심을 한쪽은 남자석, 다른 한쪽은 여자 석으로 남녀가 서로 바라볼 수 없게 설계했다. 박정호 장로(88)가 내력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왕궁 IC~미륵사지

먹을거리=◇약선 요리 '초향정'=야생화 발효효소를 넣은 토속음식과 각종 약선 요리를 만들어 내는 낭산면 성남리 초향정은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의 깊은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때문에 익산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단골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주인 유이례씨(46)가 음식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정식 2만5000원. (063-857-5050)

초향정의 약선 요리.

◇콩나물 무밥 '탑고을'=콩나물-무밥에 각종 나물을 곁들여 된장-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며 소화가 잘 된다. 8000원. 미륵사지 앞에 있다. (063-835-7251)

콩나물 무밥

◇푸짐한 한정식 '프로포즈'=꽃게 장을 내는 한정식집 프로포즈는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푸짐한 밥상으로 익산 미식가들 사이 이름난 곳이다. 알이 꽉 찬 꽃게장, 굴 무침, 잡채, 보쌈 등 맛난 음식이 한 가득이다. 5만 원짜리 한상이면 넷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프로포즈', 밥집 이름치고는 좀 어색하다. 18년 전 옷가게 자리에 식당 문을 연 주인이 상호를 그대로 쓴데서 비롯됐다. (063-854-9388)

'프로포즈'의 푸짐한 밥상

묵을 곳=시내 마한로에는 최근 문을 연 '유스호스텔 이리온'이 자리하고 있다. 유스호스텔 6인실 8만원, 호텔 객실은 13만원부터. '이리온'은 특급호텔과 대중적 유스호스텔의 결합형으로 지자체 숙소문제 해결의 모범 사례가 될 법하다.

이리온

이색공간=익산시 평화동에 자리한 '전통차문화원'은 익산 사람들의 온기와 인정을 나눌 수 있는 개방형 찻집으로, 누구나 찾아 전통차를 우려 마시며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차는 내방객이 셀프로 우려 마시며, 찻값은 마음 내키는 만큼만 내면 된다. 차문화원이 자리한 곳은 예전 익산의 '명동'쯤으로, 찻집 운영은 옛호황 상권 회복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담겨 있다. 입소문이 나며 익산 시민은 물론 외지인들의 열린 휴식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063-853-7384)

전통차문화원

여행문의= 익산시청 문화관광과(063-859-5797)

이벤트=익산역은 개통 100주년 기념 문화행사를 6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다양한 테마를 통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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