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정규리그 홈경기 마지막 날이라 잔치 분위기에서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더구나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확정된 가운데 열리는 최종전이어서 딱히 관심거리도 없었다. 그래서 걱정이 더 컸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이런 걱정은 한방에 날아갔다. 경기장을 꽉 메운 손님들을 바라보던 구단 프런트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처럼 '감사합니다'만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일 부산 KT의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 사직실내체육관의 표정이다.
KT는 이날 LG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만1042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규리그 마지막 날 대기록이 작성됐다. 더 놀라운 점은 지난달 19일 수립됐던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 역시 KT의 것이었다.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보름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이로써 KT는 10개 구단 가운데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 1, 2위를 석권한 팀이 됐다.
KT는 지난 2010∼2011시즌에도 KBL(한국농구연맹) 사상 정규리그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1만2693명·2011년 3월20일)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올시즌 한 경기 최다관중은 종전과 차원이 좀 다르다. 지난 시즌에는 KT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일궜던 시기다. 당시 부산에는 꼴찌팀에서 우승팀으로 변모했다는 신바람이 가득했다. 게다가 KT 직원들의 단체관람도 최다관중 기록에 적잖은 보탬을 했다.
하지만 올시즌 두 차례의 최다관중 기록은 이른바 동원관중이 전혀 없었다. 팀 성적(3위)도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의 돌풍에 비할 바는 못됐다.
그런데도 올시즌 정규리그 총 관중은 14만4594명(평균 5355명)으로 창단 최다였던 지난 시즌(14만1527명)에 비해 2.2% 성장했다. 이를 두고 KT 관계자는 "이제 야구장 관중 부러워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 부산 농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오는 법은 없었다.
우선 우승 청부사 전창진 감독의 농구가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전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 최하위에서 2위로 상승한 KT는 이듬해 1위, 올시즌 3위로 3년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게다가 홈에서는 맥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올시즌 KT는 홈 27경기에서 16승11패를 거두며 지난 시즌(20승7패)에 비해 저조하다. 하지만 평균 실점이 69.5점으로 지난 시즌 74.2점보다 한결 끈끈했다. 두 자리 점수차로 패한 경우도 11패 가운데 5패로, 지난 시즌 7패 중 4패에 비하면 오히려 줄어든 편이었다.
KT 구단이 음지에서 뛰어다닌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당장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젖듯 팬심을 유인한 것이다.
KT는 올시즌 홈경기 경품을 대폭 증가시켰다고 한다. 경기장에 오면 경기 외적으로 즐길거리, 특히 선물을 많이 선사해야 팬들의 즐거움도 커질 것이란 기대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에어부산, 부산은행 등 다양한 기업들을 협찬사로 끌어들이면서 구단 광고수입으로 챙기는 대신 경품 이벤트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관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과 연인이 참가하는 게임 등을 대폭 늘렸다. 한 시즌이 지나면 KT 경품 한두 가지는 챙기지 못하는 팬들이 없도록 하자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여기에 대학생 마케팅 체험단(프론티어즈)을 도입한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됐다. 부산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프론티어즈는 각자 다니는 학교는 물론 가두 홍보와 홈경기 응원단에 참가해 젊은 팬들의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특히 KT는 "사직체육관 주변에 새로 들어선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공략해 엘리베이터 영상 홍보를 실시하는 등 지역주민 생활속에 파고든 전략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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