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서재응에게 지난해는 아쉬움 그 자체였다.
초반 페이스가 좋았다. 2010년 아쉽게 놓친 국내 데뷔 첫 10승(2010년 9승7패)과 팀 우승의 주역이란 두가지 목표를 향해 순항중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팀은 예기치 못한 부상 암초에 휘말렸다. 팀을 위해 베테랑이 희생했다. 불펜 전환을 자청했다. 선발 투수의 시즌 중 불펜 전환. 개인적으로 큰 손해였지만 팀을 위해 기꺼이 감수했다. 하지만 그의 희생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추락을 거듭하는 KIA를 그의 희생만으로 살려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맞이한 겨울. 그에게 큰 환경 변화가 닥쳤다. 선동열 체제가 새로 들어섰다. 마운드를 이끌어야 할 고참 투수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외부적으로는 자신과 함께 메이저리그 초창기를 개척했던 초기 해외파 거물 박찬호 김병현도 돌아왔다. 사람 좋은 서재응. 그가 이를 악물었다. 첫 작업은 군살 빼기. 불 필요한 살을 11kg이나 뺐다. 한 눈에 봐도 홀쭉해진 몸으로 그는 20일 목동 마운드에 섰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다.
경기전 선동열 감독은 서재응에 대해 "현재 우리 선발진 중 가장 좋다"고 평가한 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꽃샘 추위에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기온이 뚝 떨어졌던 악조건 속에서도 서재응은 흔들림이 없었다.
선발 4이닝 4안타 무실점. 쌀쌀한 날씨 탓에 최고 스피드는 140㎞에 그쳤지만 슬라이더와 투심의 절묘한 조합에 넥센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3회 절묘한 코너워크로 넥센의 중심 이택근 박병호 조중근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
서재응은 경기 후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선수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몸을 빨리 만든 적이 없다. 올시즌 목표는 팀 우승과 두자릿수 승수 달성"이라며 방향을 분명히 설정했다. 이날 피칭에 대해서는 "날씨가 조금 쌀쌀해 2회 체인지업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투구 내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선동열 감독 역시 "베테랑 답게 잘 던졌다. 특히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타공인 최고의 페이스로 맞이하는 2012시즌. 국내 데뷔 첫 두자릿수 승수와 팀우승의 두가지 목표 달성을 향한 순조로운 출발선상에 서재응이 섰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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