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남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주 전북전을 앞두고 정 감독과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자른데 이어 선수들에게 다시 강한 주문을 한 것이다.
"멋 내거나 모양 부리지마."
패션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선수들의 개성까지 터치할 생각도 없다. 올시즌 전남이 추구하는 축구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먼저 정 감독은 K-리그 2라운드 서울전(0대2 패)과 3라운드 전북전(1대1 무)에서 보인 경기력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전만 놓고 보면 전남이 지난해 보여줬던 끈끈함이 없어졌다. 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끝까지 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전북전에서는 전남의 끈끈함이 다시 살아났다. 전북에 이기지는 못했지만 경기력만큼은 만족스러웠다. 1주일 만에 팀 전력이 갑자기 상승하긴 힘들지만 정신력은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 두 경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팀을 위한 희생이었다. 개인이 한 발 더 뛰면 그만큼 동료들이 더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멋'과 '모양'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전남은 올시즌 '강·심·장' 축구를 표방한다. 공격진은 '강'하게, 미드필드는 '심'플하게, 리그의 끝까지 길게 간다는 '장'이 모였다. 미드필더의 간결한 패스가 '강심장' 축구의 핵심인데 개인이 그라운드에서 욕심을 내면 결코 심플한 축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시즌 첫 승을 위한 주문이 선수들의 '멋'과 '모양'을 빼는 것이었다.
"우리팀 선수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급의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게 아니다.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우리팀의 장점은 '선수'가 아닌 '팀'이다. 개인이 뭔가 보여주려고 하면 절대 이길수가 없다. 개인을 죽여야 팀이 산다."
전남은 올시즌 2무1패로 리그 13위에 처져 있다. 올시즌 도입된 스플릿시스템은 전쟁이다. 팀당 44경기를 치른 뒤 우승팀이 결정된다. 30경기 후 9~16위가 소속된 하위 그룹으로 떨어지면 1부리그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24일 열리는 K-리그 4라운드 경남전은 더욱 놓칠 수 없다. 정 감독은 "경남전에서 패스 플레이를 충분히 하겠다. 올시즌 승리가 없는데 홈에서 첫 승을 올려 다시 시작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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