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골프 여왕'이 맞붙었다.
지금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엔 1인자가 존재한다. 바로 대만 출신의 청야니(23)이다. 올시즌 이미 2승을 거둔 청야니는 경쟁자가 없다. 그런 그녀를 왕년의 '골프 여왕'이자 한국 골프의 지존인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상대했다.
박세리는 2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라코스타 골프장(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KIA 클래식 3라운드에서 청야니와 한조에서 라운드를 펼쳤다. 박세리가 2라운드에서 단독 2위에 올랐고, 1위 청야니와 한 조에 포함된 것이다.
이들의 동반 라운드는 이번 대회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실력이나 성적은 청야니가 앞서 있는 게 사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 둘의 맞대결은 팬들의 관심사였다. 그 이유는 둘은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어린 나이에 LPGA 투어에서 이름을 알리면서 정상을 달렸다. 청야니는 최근 몇년간 10년전의 박세리와 비슷한 길을 걸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청야니는 한 인터뷰에서 "대만의 박세리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박세리를 우상으로 생각한다. 청야니는 "한국 여자 골프의 개척자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듯이 나도 대만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동반 라운딩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선두조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볼거리가 많았다.
청야니는 투어에서 장타중 한명이다. 이날도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최대 281야드까지 보내며 힘자랑을 했다. 평균 비거리는 269.33야드를 기록했다. 한 때 힘에선 밀리지 않았던 박세리는 드라이버로 최대 269.50야드를 날려보냈다. 평균 비거리는 266.33야드. 평균 비거리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역시 최대 비거리에선 박세리가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플레이 성향은 비슷했다.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공격적으로 홀을 공략했다. 청야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운도 따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드라이버샷이 카트 도로에 떨어진 뒤 바운드로 다리를 넘고 그린 앞 약 70야드 지점에 떨어졌다. 여기에 무벌타 드롭으로 구제도 받았다.
반면 박세리는 여러차례 바운드 된 공이 다음 샷을 하기엔 좋지 않은 곳에 떨어졌다. 퍼팅감도 좋지 않았다.
결국 청야니는 보기없이 버디만 3개를 낚는 안정된 라운딩을 마쳤다. 3타를 줄인 청야니는 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단독 2위로 출발했던 박세리는 버디 1개, 보기 2개로 1오바파를 쳤다. 중간합계 6언더파 210타로 5위로 처졌다.
경기 후 박세리의 표정은 밝았다. 박세리는 이날 청야니와의 라운드에 대해 "내 공을 치느라 바빴다"고 웃은 뒤 "청야니는 워낙 잘 알고, 자주 쳐 봤다. 어린 선수인데도 배짱이 좋다. 나도 예전에 저런 모습이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세리는 "다른 여자 선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거리도 길고, 홀을 공략하는 것도 과감하다"며 "라운드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청야니와의 비거리 차이에 대해선 "거리 때문에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은 안한다. 오늘도 비슷하지 않았나. 아직도 힘은 충분하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청야니 역시 박세리와의 대결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청야니는 "4년전 박세리와의 대결에서 긴장해 손이 떨렸는데 오늘은 긴장하지 않으려고 애 썼다"고 말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칼스배드(미국 캘리포니아주)=이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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