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차이가 결국 승부를 갈랐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동부의 KGC의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시작 전부터 '경험 대 패기의 대결'로 압축됐다. 동부는 당장 지난 시즌 KCC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지난해 멤버가 고스란히 팀에 남아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그 뿐 아니다. 김주성, 이광재, 김봉수 등은 2007~2008시즌 통합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반면 '만년꼴지'이던 KGC는 이번이 구단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팀의 맏형인 김성철도 챔피언결정전은 처음이다. 백업 센터 김종학 만이 유일하게 2002년 SK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젊은 패기만 믿기에는 어딘가 부족한게 사실이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자신이 현역으로 뛰던 농구대잔치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의 소속팀이던 기아와 뛰어난 신예 선수들이 모인 연세대의 맞대결을 예로 들었다. 기아에는 강 감독 뿐 아니라 허 재(KCC 감독) 김유택(중앙대 감독) 등 기량이 절정에 달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고 연세대에는 문경은(SK 감독) 이상민(은퇴) 서장훈(LG) 등 신예 선수들로 맞섰다. 강 감독은 "당시 경험적인 측면은 우리가 당연히 앞섰다"면서도 "연세대 선수들이 어려도 개인적인 기술이 정말 뛰어났다. 그래서 우리의 노련미가 잘 안통했다"며 껄껄 웃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KGC는 당시 연세대와도 비교가 될 만한 팀. 하지만 강 감독은 "당시 연세대가 지금의 KGC보다는 강할 것"이라는 말로 동부의 경험에 조금 더 점수를 주는 모습이었다.
실제 그랬다. 1차전 승부가 갈린 것은 결국 4쿼터였다. 양팀은 3쿼터까지 누가 승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 승부를 펼쳤다. 4쿼터 초반 점수가 11점까지 벌어지며 동부가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종료 4분여를 남기고 동부에 위기가 찾아왔다. 팀의 기둥 김주성이 오세근에게 바스켓카운트를 허용하며 5반칙 퇴장 당하고 말았다. 11점의 점수차마저 순식간에 5점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강 감독은 경기 후 "KGC가 몇 차례 우리를 넘어설 기회를 잡았었다. 이 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이 때 코트 위 선수들을 모은 사람이 바로 노장가드 박지현. 승리의 주역이었던 윤호영과 이광재는 "지현이형이 선수들을 모아 '당황하지 말고 수비 하나에 신경쓰면 된다. 우리 점수를 지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셨다. 그렇게 긴장을 풀고 똘똘 뭉쳐 수비를 성공시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박지현은 "주성이가 5반칙 퇴장 당했어도 승리를 거둔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패배의 아픔이 너무 컸다. 이번 시즌에는 다시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침착한 플레이를 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교체로 들어와 천금같은 리바운드를 잡아낸 김봉수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위에서 언급했 듯 김봉수 역시 우승의 경험이 있는 선수.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플레이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대로 승기를 잡은 KGC 선수들의 모습은 다급했다. '한골만 더 성공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앞섰는지 무리한 공격이 이어졌고 실책이 나왔다. 강동희 감독은 "그것이 결국 경험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원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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