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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핑퐁 여전사' 김경아"롱런의 키워드는 변화"

by 전영지 기자
◇김경아가 일본과의 8강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 두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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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밀리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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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단체전) 일본과의 8강전 5단식에 나선 한국대표팀의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세계 15위)는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5세트, 일본의 왼손전형 에이스 이시카와 가스미(세계 6위)에게 4-8, 더블스코어로 밀리는 상황. 마지막 5단식의 마지막 세트, 8년만에 4강행을 노리는 한국대표팀의 명운이 그녀의 손끝에 달렸다. 11점제 탁구에서 8점을 먼저 따낸 팀은 이미 승리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깎신' 김경아가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과감한 서비스와 예리한 커트 공격에 이시카와가 흔들렸다. 8-6으로 따라잡았다. 무라카미 야스카즈 일본 감독이 다급하게 타임아웃을 불렀다. 흐름을 탄 김경아는 5점을 연거푸 따내며 9-8로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피말리는 듀스 접전은 14-12로 종결됐다. 8년 전 여자대표팀의 '막내'로 4강에 올랐던 김경아는 '맏언니'로 기적같은 4강을 이끌었다. 런던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투혼의 핑퐁 여전사' 김경아를 만났다.

일본전 승리는 실력보다 경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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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8강전, 1-2단식을 먼저 내주고 3-4-5단식을 따냈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마지막 한포인트를 위해 테이블 밑으로 몸을 던지는 김경아의 투혼은 승리로 보상받았다.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4-8의 스코어를 뒤집은 건 실력인가 경험인가?" 김경아는 망설임 없이 "경험의 힘"이라고 답했다. "결국 마지막에 이긴 건 경험의 힘이다. 가스미는 이기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해 긴장했고, 나는 '모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결정내지 않으면 끝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해졌다"고 했다. 궁극의 수비전형 김경아의 승부수는 궁극의 공격이었다. 풀세트 접전을 독하게 이겨냈다. 김경아는 일본과의 8강전 한판 승부를 탁구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았다. "5단식, 마지막 5세트에서 4-8 스코어를 14-12로 뒤집고, 그것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일본을 상대로… 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35세 여전사, 롱런의 비결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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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열살 때 처음 탁구라켓을 잡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녹색테이블 앞에 서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햇수로 27년째, 김경아의 탁구는 한자리에 멈춰서 있지 않았다. "톱랭커들의 경우 이미 데이터가 다 나와 있다. 실력 있는 사람만 오래 칠 수 있다. 계속 변화를 줘야 한다. 그 부분에선 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경아의 변화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딸 때도 한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지나가는 아저씨들조차 수비만 잘해서 어떻게 이기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수비는 세계 최고지만 공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흘려듣지 않았다. 오랜 복식 파트너이자 절친 후배인 '공격형 수비수' 박미영(31·삼성생명·세계 28위)에게도 자극받았다. 8대2 정도였던 수비-공격의 비율을 7대3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또다시 변화를 꾀했다. "한번 깨는 것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더라. 내 탁구의 컨셉트를 완전히 새로 짰다"고 했다. 공격적 수비형의 대세인 후배 서효원(25·한국마사회·세계 46위)의 탁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박미영은 커트볼 공격을 잘한다. 지금 대세는 서효원이다. 서브와 롱볼 드라이브가 좋다. 커트를 하다 드라이브를 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수비가 살아남으려면 그걸 해야 한다"고 했다. '극강의 수비' 중간중간 끼어드는 박자를 흐트리는 공격에 상대가 당황했다. "어느 순간 하향세인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올라와 있고… 후배들도 나를 보며 의아해한다. 누구나 탁구에 과도기가 있다. 그 과도기는 무조건 겪어내야 한다. 좋은 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한번 깨고 나니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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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경아의 수비형 탁구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여자 수비전형의 세계적인 레전드라는 칭찬에 "오래 하니 강한 인상을 주긴 하는 것 같다"며 사람좋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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