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KIA와 삼성이 영·호남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건 라이벌 대결을 펼친다.
프로 원년부터 영·호남 야구의 양대산맥으로 흥행과 야구발전을 모두 견인해 온 삼성과 KIA가 10일 광주구장에서 시즌 첫 3연전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언제 만나도 불꽃 튀는 대결이지만 이번은 서로가 더욱 절박하다. 양팀 다 개막 2연전을 잃었다. 첫 승이 다급하다.
단호한 세대교체와 투수진 양성으로 현재 삼성의 초석을 만든 뒤 친정팀 KIA를 맡은 선동열 감독과 그 삼성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형님 리더십'으로 지난해 3관왕에 당당히 오른 삼성 류중일 감독의 지략 승부. 하필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극적인 라이벌의 역사를 가진 두 팀이 만났다.
7일 대구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개막전이 열렸다. 개막행사에서 호명을 받은 삼성 류중일 감독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07/
고향에 온 SUN, '내 사전에 개막 3연패는 없다'
10일 삼성전에 대한 선동열 감독의 '필승각오'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 고향에서의 감독 데뷔전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선 감독은 '광주의 영웅'이다. KIA 전신인 해태 시절 팀의 선발과 마무리로 전천후 활약하며 무려 6차례(86~89, 91, 93)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그다. 한국 프로야구의 '국보'이자 '레전드'로 불렸던 선 감독은 95년을 끝으로 광주를 떠난 뒤 16년 만인 지난해 친정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마침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허탈감을 느꼈던 광주 팬들은 선 감독의 부임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같은 지지를 한 몸에 안은 선 감독은 첫 홈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해 그런 성원에 화답하고자 한다. 선 감독 개인으로서도 사령탑으로서 개막 2연패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2005년 삼성 감독으로 데뷔한 뒤 2010년 말 퇴임 때까지 단 한 차례도 개막시리즈에서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당연히 개막 3연패는 지금껏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올해 개막 2연전에서 SK에 모두 지면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될 위기가 생겼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2년 전까지 자신이 6년간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의 기틀을 정성들여 만든 삼성이다. 그런 삼성에 지면서 감독으로서 개막 후 최다연패 기록을 세운다면 그 또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야통' 류중일, '3관왕의 위엄을 보여준다'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도 개막 2연패는 충격적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감독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어떤 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를 제패했다. 팬들로부터는 '야통(야구대통령)'으로 불리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라선 류 감독은 올해도 '우승'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홈 개막 2연전에서 뜻밖의 연패를 경험했다.
게다가 그 상대도 '루키'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올해 초 평지풍파를 겪었던 LG다. 패배의 상실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비록 삼성이 '우승후보 0순위'라고는 해도 시즌 초반 연패가 길어지면 팀 분위기가 냉각될 수도 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류 감독도 KIA와의 3연전에 '필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연전 첫날인 10일 경기에 지난해 팀내 최다승 투수 윤성환을 상대 에이스 윤석민과 맞붙인 것도 '세게 붙어보자'는 자신감과 정면승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 볼 수 있다.
SUN의 KIA와 야통의 삼성. 한국 최고의 야구 명가이자 영원한 라이벌의 자존심 대결은 과연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낼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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