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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나타난 '빅초이 효과' 과연 어땠나

by 이원만 기자
11일 광주무등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에서 KIA 최희섭이 타격하고 있다.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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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드러난 '빅초이'의 존재감은 역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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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광주구장 KIA 덕아웃. 전날 1군에 복귀한 최희섭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마치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시원시원하게 속내를 밝혔다. 실제로도 최희섭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한때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될 위기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한 듯 보였다. 최희섭은 "작년에는 정말 여러가지 일로 인해 야구가 정말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듯한 기분"이라며 "밖에 있어보니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좋은 성적을 내는게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한 만큼 팀의 중심 선수 역할을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각오로 무장한 '빅초이'가 선수단에 미친 파급력은 어땠을까. 최희섭은 이날 경기에 바로 4번 1루수로 선발기용됐다. 이범호와 김상현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터라 KIA 선동열 감독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스프링캠프 대신 2군과 함께 완도에서 몸을 만들고, 겨우 6차례의 2군 연습경기에 출전해 경기감각을 끌어올린 최희섭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훈련량이나 경기감각이 다소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최희섭은 삼성 에이스 윤성환을 공략하는 데는 애를 먹었다. 하지만, 1루 수비에서만큼은 확연하게 안정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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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이 큰 1루수의 위용

지난해까지 팀의 붙박이 1루수였던 최희섭이 올해 초 팀훈련 무단이탈 및 트레이드 요청 파문을 일으키면서 선 감독은 '대체 1루수 찾기'에 고심해왔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상현에게 1루수 연습을 시켜봤는데, 영 신통치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는 김상현에 이어 신종길과 나지완 등을 1루수로 써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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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모두 어딘가 불안했다. 1루 수비가 다른 내야포지션에 비해 다소 쉽다고는 해도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모두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런 찰나에 김상현이 손바닥 골절로 3개월 판정을 받자 선 감독은 2군에서 자숙하던 최희섭을 1군에 불러올렸다. 최희섭의 복귀로 인해 선 감독의 고민거리였던 '1루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됐다.

무엇보다 최희섭이 1루룰 맡음으로 인해 내야수들 사이에 '신뢰'가 생긴 것이다. 신장 1m96㎝의 국내 최장신 1루수 최희섭은 1루수 경험이 풍부한데다 특히나 팔다리가 길다. 그러다보니 송구하는 수비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타겟'이 생긴 셈이다. '어떻게든 잡아준다'는 믿음이 있기에 송구가 편안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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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면이 실제로 나왔다. 이날 4회초 2사 1루였다. 삼성 5번타자 박석민이 친 타구는 KIA 선발 윤석민의 손에 맞고 3루쪽으로 굴러갔다. 재빨리 타구를 쫓아간 윤석민은 몸을 비틀며 어렵게 1루로 공을 던졌다. 자세가 불안정하고, 타이밍이 긴박하다보니 송구는 부정확하게 최희섭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하지만 최희섭은 한쪽 다리를 들고, 팔을 쭉 뻗어 이 공을 쉽게 잡아냈다.

9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도 최희섭의 큰 체구를 이용한 수비가 돋보였다. 이번에도 박석민이 유격수 왼쪽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날렸다. 힘겹게 타구를 잡은 김선빈이 힘껏 공을 던졌지만, 거리가 멀어 송구는 1루 베이스에 붙어있던 최희섭의 앞쪽에서 땅에 꽂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최희섭이 한쪽 다리를 앞으로 길게 뻗으며 공을 밑에서 위로 걷어올렸다. '빅초이'였기에 가능한 수비 장면들이다.

확실한 한 방, 진짜 4번 타자가 돌아왔다

수비에서 100점짜리 활약을 보였다면 타격에서는 아직 완성이 덜 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삼성 필승조 안지만으로부터 승리의 초석을 만든 매우 의미가 큰 안타를 뽑아내며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알렸다. 꼭 필요한 순간에 터져나온 한 방. 바로 4번 타자가 갖춰야할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최희섭은 이날 경기에 앞서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인 스윙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노려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최희섭은 결과를 떠나 모든 타석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맥없이 공만 바라보다 들어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우선 1회말 2사 2루. 선취점의 기회였다. 하지만, 윤성환의 구위가 만만치 않았다. 최희섭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로 들어온 141㎞ 직구에 힘껏 스윙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삼진. 그래도 오랜만에 최희섭의 호쾌한 스윙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이어 선두타자로 나온 4회에는 외야 깊숙한 곳으로 가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윤성환의 125㎞짜리 체인지업을 퍼올렸는데 타구는 센터 깊숙한 곳까지 날아갔다. 조금만 더 힘이 실렸다면 펜스를 직격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삼성 중견수 배영섭에게 잡히고 말았다. 6회 2사후에는 다시 윤성환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 낮은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타수 무안타. 윤성환과의 승부는 최희섭의 완패였다. 하지만, 최희섭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값진 안타를 쳐줬다. 연장이 예감되던 9회말 1사 1루에서 최희섭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다. 상대는 삼성 필승조 안지만. 최희섭은 앞서 세 번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안지만의 초구(직구 142㎞)를 가볍게 받아쳤다. 타구는 총알처럼 2루를 스치고 외야로 굴러나갔다. 그 사이 1루주자 안치홍이 3루까지 내달렸고, 최희섭은 상대 수비실책을 틈타 2루까지 나갔다. 삼성은 나지완을 고의4구로 걸러 만루작전을 폈지만, 바뀐 투수 권 혁이 김원섭에게 끝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KIA는 최희섭의 안타 덕분에 승기를 잡은 셈이다. 호쾌한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는 아니었지만, '빅초이'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안타였다. 경기가 승리로 끝난 후 최희섭은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간의 마음고생은 이미 사라진 듯 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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