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던 투수의 건강한 컴백은 역시 인상적이다. LG 봉중근에게서 야쿠르트 임창용의 여운이 느껴진다.
지난 2006년 삼성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그때 인상적인 장면중 하나가 바로 3차전 연장 승부였다. 삼성이 연장 12회초에 점수를 내며 4-3으로 앞섰고, 그후 12회말에 임창용을 전격 투입했다. 당시 임창용은 시속 148㎞ 포심패스트볼을 뿌리며 한화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임창용은 2005년 가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2006년에는 정규시즌 막판에 복귀, 딱 한경기에서 던졌다. 일종의 테스트였다. 그후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깜짝 카드'로 대기했다가 결국 3차전에서 짧았지만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한화를 맡고 있던 김인식 감독은 "뒤로 갈수록 빠른 투수들이 나오니 이기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극적인 순간에 투입된 임창용의 등장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7년에 적응기를 거친 임창용은 2008년부터 일본 야쿠르트로 이적, 150㎞ 넘는 포심패스트볼로 위력을 떨쳤다.
봉중근이 11일 롯데와의 홈 개막전에 등판하자 6년전 임창용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상황도 극적이었다. LG가 5회말 공격서 3점을 따라붙으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LG 김기태 감독은 지체없이 봉중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봉중근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LG쪽 관중석에선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봉중근이 시범경기에서도 몇차례 등판하긴 했지만, 정규시즌 등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홈팬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이 초구를 던지자 전광판에 구속 145㎞가 찍혔다. 팬들은 다시 한번 열광했다. 봉중근 스스로도 경기후 "초구를 던지고 나서 전광판을 봤는데 145㎞가 기록돼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고 다음 투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LG는 마운드의 뒷심 부족을 절실히 느끼며 3대8로 패했다. 하지만 봉중근의 호투를 보면서 LG팬들은 짜릿함을 느꼈을 듯하다. 그것만으로도 수확이 있었던 경기였다. 봉중근은 아직 재활프로그램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일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검진과 훈련을 거쳐 다시 한번 1군에 오르는 과정을 더 반복할 예정이다.
봉중근이 기록한 145㎞도 의미가 크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투수가 복귀했을 때 상당수 겪게 되는 구속 저하 현상이 확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임창용도 2007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때론 통증이 재발됐지만 견뎠다. 봉중근 역시 이같은 지루하면서도 불안한 과정을 거쳐야할 것이다. 어쨌든 임창용 케이스처럼, 봉중근도 수술후 본래 구속을 되찾을 가능성을 많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LG 마운드의 핵심은 역시 봉중근이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무엇보다도 봉중근이 건재해야 LG가 산다"고 말한 적이 있다. LG에게 11일 경기는 봉중근 덕분에 패배와 희망이 공존했던 승부였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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