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의 국내 무대 데뷔전이 열린 12일 청주구장.
박찬호가 등판한다는 소식에 잔뜩 흐리고 바람도 세차게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7500명 수용의 관중석은 금세 들어찼다. 경기 시작 직전인 오후 6시27분 입장권이 매진됐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청주구장을 찾은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구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한화는 아주 특별한 인사를 시구자로 초청했다. 사실 한화 구단이 섭외한 시구자는 아니었다. 박찬호가 직접 시구자를 정해 한화에 통보한 것이다. 시구자는 다름 아닌 박찬호의 공주중 시절 은사인 오영세씨(54)였다. 박찬호는 최근 자신의 국내 첫 등판 날짜가 확정된 직후 오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구를 부탁했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 선수가 자신의 한국 무대 첫 등판 경기에 뜻깊은 분을 모시고 싶다고 하면서 오영세씨를 구단에 요청했다"면서 "박 선수가 공주중 시절 감독으로 있던 오영세씨는 NC 김경문 감독과는 공주고 시절 배터리를 이뤄 호흡을 맞춘 분이다"라고 소개했다.
오씨는 박찬호를 3루수에서 투수로의 전향을 이끈 인물로 유명하다. 한화에 따르면 오씨는 "찬호가 중학교 때는 체구가 크지 않았는데 손발이 크고 공을 채는 능력이 뛰어나 투수로 전향시켰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오씨가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로 다가오자 박찬호는 악수로 맞아주었다. 오씨는 마운드 앞쪽으로 나와 시구를 했고, 박찬호는 뒤에서 이를 지켜봤다. 시구를 마치자 박찬호는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오씨에게 인사를 한 뒤 연습 피칭을 이어갔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경기 직전 나왔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과 마찬가지로 경기 시작 직전 구심에게 모자를 벗고 목례를 하는 자신의 오랜 '트레이드 마크'를 국내팬들에게도 보여줬다. 플레이볼이 선언되기 직전 박기택 구심에게 예를 갖춘 것이다.
한편, 이날 경기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세계적인 선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베스트 멤버를 냈다"며 "메이저리그 시절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다. 오늘 경기에서 과연 어떤 투구를 할지 나도 궁금하다"며 박찬호의 국내 첫 상대팀 감독으로서의 소감을 밝혔다.
청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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