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개그맨 박석민(27·삼성)은 시범 경기를 마치고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몸개그가 아니고 성적으로 팬들을 웃게 만들겠다."
박석민은 야구팬들에게 몸개그를 잘 하는 선수로 기억돼 있다. 삼성의 중심타자로 홈런도 곧잘 쳤지만 좀 어눌한 플레이 때문에 장점이 가려졌다. 2009년에는 홈런 24개를 때렸고, 2010년에는 타율이 3할(3할3리)을 넘겼다.
지금도 인터넷에 떠도는 편집된 몸개그 동영상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헛스윙을 한 후 제자리에서 두바퀴 반을 돌기도 했고, 스윙한 후 배트를 놓친 게 삼성 덕아웃으로 날아가 동료들을 아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파울 타구를 쫓아가다 덕아웃과 그라운드의 둔턱에 넘어져 한참 동안 허우적거린 적도 있다. 타격준비 자세에서 뒤로 허리를 젖히다가 허리띠 버클이 풀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박석민은 시즌 초반이지만 맹타로 삼성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삼성 타선은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과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가 침묵하면서 부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박석민의 방망이가 유독 도드라져 있다. 시즌 타율이 5할이다. 13일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석민은 6회 1사 2루에서 밴 헤켄으로부터 좌전 적시타를 쳐 이승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팽팽하던 0의 균형을 깨트리면서 삼성이 리드를 잡았다.
박석민은 하루 전 12일 KIA전에서도 2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삼성의 침묵하던 타선에 불을 당겼다. 지난 7일 LG전에선 홈런을 쳤다. 박석민의 그 홈런이 지금까지 삼성이 기록한 이번 시즌 유일한 홈런포다.
박석민은 "더 열심해 해야 한다. 이 정도 성적이면 됐다고 만족하는 순간 나는 늙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올해 나이 27세. 이미 두 살 연상의 아내(이은정씨)와 6세 아들(준현군)을 둔 가장이다. 박석민 보다 철이 더 많이 들었다는 아내는 남편에게 좀 점잖아 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박석민은 아내의 충고를 들을 때마다 "그라운드에서 몸개그는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겠다.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드리겠다"고 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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