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2677일의 기다림. 그리고 충분히 의미있는 호투. 오랜만에 선발무대로 돌아온 두 투수는 각자 최선을 다했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KIA전. 전날까지 양팀 모두 3승3패를 기록하면서 5할 승률을 유지한 채 일주일을 마치느냐 여부가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무엇보다 이날 양팀 선발투수가 눈에 띄었다. KIA 선발은 '풍운아' 김진우. 그리고 LG 선발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정재복이었다.
김진우의 선발 등판은 지난 2007년 7월6일 수원 현대전 이후 1745일만이다. 지난해 6월 4년만에 1군에 복귀하긴 했지만 불펜으로만 뛰었다. 온갖 개인적인 사연이 많았던 그는 임의탈퇴로 묶이면서 한때 야구인생이 끝날 뻔 했지만 지난해 다시한번 기회를 얻어 마운드로 돌아왔다. 올시즌에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준비가 늦어지면서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2군에서 출발했지만 1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드디어 15일 경기에 선발로 출격했다.
김진우는 이날 5이닝 5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5㎞. 본래 강력한 포심패스트볼과 파워 커브가 주무기인데, 이날은 커브 17개 외에 슬라이더도 23개나 던지면서 요긴하게 활용했다. 특히 5회 1사 2루에서 오지환과 박용택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낼 때 변화구 위력이 돋보였다. 투구수 84개를 기록한 뒤 6회부터 바통을 진해수에게 넘겼다.
1745일만의 선발 무대 치고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이 정도라면 이날 하루에 국한된 임시선발이 아니라 차후에도 고정적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10년전 김진우는 '선동열의 후계자'란 어마어마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직구 위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선발진 구성이 어려운 KIA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복도 정말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다. 지난 2009년 9월26일 잠실 넥센전 이후 932일만이다. 2010년 11월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뒤 줄곧 재활에 몰두했다.
약속이나 한듯이 정재복도 5이닝 4안타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에 KIA 최희섭에게 우월 2점홈런을 허용한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이후 큰 어려움 없이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정재복의 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1㎞가 나왔다. 슬라이더를 첫번째 변화구로 잘 써먹었다. 투구수 60개로 5이닝을 막는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LG야말로 선발진 구성이 어려워 시즌 초반부터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복이 시즌 첫 등판서 합격점을 받았으니 김기태 감독이 근심을 약간은 덜었을 것이다.
두 투수 모두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다. 하지만 한명의 선발투수로서 충분히 임무를 다했다. 앞으로의 등판이 더 기대된다.
김진우는 경기후 "팀이 져서 너무 아쉽다. 선발투수든 중간투수든 중요하지 않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부담과 욕심이 있어서 실점이 나왔다. 초반에 편하게 던졌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소감을 밝혔다. KIA 선동열 감독은 "선발 등판한 진우는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고 말했다.
정재복의 반응은 약간 달랐다. 그는 "오랜만에 등판해 사실 많이 긴장했는데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돼 무척 기쁘다. 볼넷을 안 주려고 공격적으로 던지려 노력했다.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나갈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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