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여러분. 내가 꼭 약속 지킬게."
최근 LG선수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팀 분위기가 전과는 다릅니다. 각자 하고싶은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팀을 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다. '뚝심'과 '야성'을 겸비한 김기태 감독의 부임 이후 LG는 꾸준히 달라지고 있다. 단박에 강팀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의 전조는 분명히 보인다. 지더라도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모습이 곧잘 눈에 띈다. 모그룹의 특징인 '인화'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김 감독 역시 이런 점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17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프로야구 최초로 16연속 볼을 던졌던 팀 마무리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좌절과 부활을 이야기하며 팀의 동료의식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리즈가 무너진 뒤 바로 다음 등판에서 세이브를 달성하며 되살아난 데에는 동료들의 극진한 위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리즈는 지난 주말 최악의 경험과 최고의 감동을 동시에 맛봤다.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는 5-5로 팽팽하던 연장 11회초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4타자에게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결국 밀어내기로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한국 프로야구 31년사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일이다.
만약 여기서 끝났더라면 올해 리즈의 수난사는 계속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즈는 불과 이틀 뒤 어려운 상황에서 세이브를 따내며 진한 감동도 선사했다. 15일 역시 잠실 KIA전이었다. 5-3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한 리즈는 첫 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불안감을 보였다. 이틀 전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하지만 이번에는 리즈의 등 뒤를 지켜주는 동료와 행운이 있었다. 후속 김원섭의 타구가 2루수 서동욱의 글러브에 맞고 튕겼는데 방향이 마침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오지환의 정면을 향했다. 마치 토스를 하는 모양새. 오지환은 침착히 공을 잡아 2루를 찍고, 1루에 던져 병살플레이를 완성한다. 결국 행운이 섞인 이 도움 덕분에 리즈는 세이브를 따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 모습을 떠올리며 "리즈가 블론세이브를 한 뒤에 투수진이 앞다퉈 위로를 해줬다고 하더라. 또 이틀 뒤 세이브를 했을 때는 선수들이 정말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정성훈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좋아하면서 리즈를 격려해줬다. 그런 모습들이 팀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리즈가 되살아난 데에는 '인화 분위기'로 바뀐 LG의 팀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투수 유원상은 "리즈는 성격이 참 순해서 동료들이 모두 좋아한다. 연속 볼넷을 한 뒤 크게 의기소침해있어서 투수진들이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위로해줬다. 같은 투수 입장이라 그 기분이 어떨 지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일요일에 세이브를 하게되자 또 모두 축하해줬다. 리즈도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10세이브 하면 내가 한턱 낼게. 그 다음에는 3세이브마다 한번씩 쏜다'고 한 시즌 초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리즈의 부활을 통해 나타난 LG의 '인화 분위기'가 시즌 후반까지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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