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챔피언십이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발렌타인챔피언십은 국내에서 열리는 남자 골프대회중 최대 규모, 최고의 대회다.
이 대회는 유러피언(EPGA) 투어, 아시안(APGA) 투어, 한국프로골프투어(KGT)를 겸하고 있다. 총상금만 220만5000유로, 약 3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준우승자인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비롯해 대런 클라크(미국), 이안 폴터(영국), 아담 스콧(호주)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거 출전했다. 한국 선수중에선 양용은, 배상문, 김경태 등 대표급 선수들이 이 대회를 위해 해외 투어를 잠시 접고 귀국했다. 주최사인 페르노리카는 지난 몇년간의 노하우를 잘 살려 세계적인 대회에 걸맞는 행사 준비로 찬사를 받았다. 대회에 앞서 열린 갈라디너쇼와 프로암 대회엔 국내외 VIP들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세계 골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급 인사는 물론 대형 스폰서인 기업 임원들도 많이 참석했다. 유러피언 투어의 조지 오그래디 커미셔너가 처음으로 내한했고, 아시안투어 CEO인 마이크 커도 왔다. 페르노리카 그룹 시바스브라더스 크리스찬 포타 회장도 직접 찾아 대회 운영을 진두지휘했다.
그런데 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전윤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72)은 어떤 행사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감사원장 출신인 전 회장은 지난 6일 KPGA 회장에 취임했다. 전 회장은 KGT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호스트로서 손님을 맞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회장은 명쾌한 이유를 내놓지 못한 채 칩거(?)중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전 회장이 나타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며 입을 닫았다.
KPGA와 KGT는 최근 KPGA 회장 선출을 놓고 내홍을 겪는 동안 모든 면에서 침체에 빠졌다. 대회수는 줄었고, 스폰서 업체들도 줄줄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다. 발렌타인은 KPGA의 최대 스폰서 중 하나였다. '발렌타인 포인트'를 도입했고, 연말 시상식도 발렌타인이 후원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발렌타인은 스폰서십을 끊었다.
한국남자프로골프를 되살리기 위해 이번 발렌타인 챔피언십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다. 해외 투어 관계자들과 다양한 마케팅 사업을 논의하고, 스폰서 업체들에겐 한국 투어의 강점을 알리며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일부러 찾아가 만나도 시원찮을 판에 손님들이 안방까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전 회장이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있다. 바로 회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쪽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결과는 다음달 2일 나온다.
아직도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협회의 한심한 작태가 이번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천=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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