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대병원장, 영상의학 분야의 권위자라는 이력보다 '말기 암을 이겨낸 의사'란 타이틀로 환자들에게 '희망의 증거'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만청(79) 서울대 명예교수다.
한 박사는 1998년 간암 진단을 받고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암이 폐로 전이되어 생존률 5% 미만이라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다. 동료 의사들조차 힘들다고 전망했지만 한 박사는 암을 극복했다. 말 그대로 '기적적인' 일이었다.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한 박사의 암 투병기와 암 환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2001년 처음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건강 분야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증보판을 펴내게 된 것도 암 완치 후 10년간의 이야기를 더해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한 박사가 말하는 암 극복의 비결은 바로 책 제목에 압축돼 있다.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는 것. 대부분의 환자는 암 선고와 동시에 암과의 '투쟁'에 들어간다. 검증되지 않는 대체 요법과 비방까지 동원된다. 그럴수록 환자는 중심을 잃어 흔들리게 되고, 비방의 부작용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하지만 한 박사는 "싸운다고 해서 물러날 적이 아니라면 차라리 암을 친구로 삼아버리고, '악동 같은 친구를 잘 달래 돌려보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암 치료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박사가 환자 입장에서 평정심을 잃고 불안에 시달리던 시간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검증에 검증을 거듭한 '증거 중심의 의학'을 따를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것은 의사로서 40년간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다.
한 박사는 암 완치 후 지금까지 혈압약 1정 외에는 어떠한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낮과 저녁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점에서 조리한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아침 밥상만큼은 제철에 나온 신선한 재료로 준비한다는 원칙을 세워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운동도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개발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간간이 골프를 즐긴다.
지난 24일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 박사는 '유쾌한 암 치료론'을 설파했다. "환자에게 병의 진행 상태를 감추는 경향이 있는데, 결정을 환자에게 맡겨야 한다. 환자 스스로 병을 고쳐야 한다. 의사나 가족은 조력자일 뿐이다. 암은 특히 그렇다. 그리고 사람은 정신적인 동물이다. 운동이든 음식이든 자기가 즐거워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다."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 아홉. 한 박사는 지금도 일간지 3개, 월간지 3개, 전세계 학술잡지 4개 등을 꾸준히 구독하고 있고, 몇몇 기관의 자문 활동과 강연 활동, 학회 활동, 후학 양성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 박사는 "이 책이 암 환자와 가족들이 이 책을 읽고 완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만청 지음 / 센추리원 / 1만8000원)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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