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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꼴지 넥센 무엇이 달라졌나

by 민창기 기자
28일 청주 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전에서 7대5로 역전승을 거둔 넥센 선수들이 마운드 근처에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청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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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범 당시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히어로즈는 현대 유니콘스가 모기업이 무너지면서 해체의 길을 걷고 있고, 프로야구가 8개 구단에서 7개 팀으로 축소 위기에 몰린 가운데 창단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몇몇 재벌기업과 공기업에 팀 창단을 타진했으나 무산됐다. 기존의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이 출범한 넥센은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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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히어로즈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없이 꾸려가다보니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고,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남아있던 스타급 선수마저 타 구단으로 이적시켰다. 선수를 팔아 이적료로 연명한다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재벌구단들의 차가운 시선, 견제도 적지 않았다. 모기업 없이 팀을 꾸려가는 히어로즈가 좋은 성적을 내면 문책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벌구단들이 한 해 300억원이 넘는 돈을 쓸 때, 히어로즈의 연간 운영비는 2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재벌기업처럼 공격적으로 선수 보강을 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바닥을 맴돌았다. 이야기 좋아하는 이들은 "조만간 히어로즈가 매각될 것"이라고 수군댔다. 히어로즈 주위에는 늘 이런 선입견과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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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를 했다. 팀 타율과 출루율과 장타율, 홈런수는 꼴찌, 평균자책점은 7위였다. 그런데 지난해 바닥을 친 넥센이 올시즌 무섭게 달라졌다. 4월 28일 현재 9승6패를 기록, 3위에 올라 있다. 올시즌 무엇이 넥센을 달라지게 한 걸까.

28일 청주 한화전 8회 1점 홈런을 터트린 넥센 강정호가 1루를 돌고 있다. 청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50억원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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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망주, 무명에 가까운 선수가 많은 넥센에서 이택근(34)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선수다. 넥센은 지난 겨울 이택근과 4년 간 총액 50억원에 계약을 했다. 2010년 LG로 트레이드시켰던 그를 다시 데려온 것이다. 이택근은 한 시즌 3할 타율에 20도루가 가능한 외야수. 야구계에서는 "이택근이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50억원은 과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이장석 넥센 대표는 "이택근은 50억원의 가치가 충분한 선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택근이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 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넥센 구단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 상승세의 원동력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게 이택근의 존재감이었다. 4월 28일 현재 타율 3할2푼2리, 1홈런, 9타점, 4도루. 테이블 세터가 약한 팀에서 3번 타자 이택근은 공격의 시발점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택근은 끊임없이 팀에 힘을 불어넣는 구심점이다. 넥센 관계자는 "지난 주 연장 12회 접전끝에 LG를 잡았는데, 연장 12회에 들어갈 때 이택근이 후배들에게 '우리 한 번 이겨보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독려했다고 한다. 4번 타자 박병호한테는 친구 같은 형님으로 조언을 해주고, 다른 선수들에게 늘 승부욕을 불어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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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팀에 복귀한 이택근이 가장 놀란 게 선수단에 만연한 패배의식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넥센은 팀 분위기가 가장 좋은 팀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패를 했을 때도 팀 분위기가 좋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프로로서 안일했다는 것이다. 조중근 서건창 등 후배 선수들에게 배트를 나눠주고, 배트 케이스를 추천해주고, 밥을 사주며 소통하는 이택근의 합류로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게 넥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택근의 존재는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됐다. 야구 잘 하고 팀 기여도가 높으면 그만큼 금전적으로도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멤버인데 신바람을 내고 있는 넥센, 그 뒤에는 이택근이 있다.

강정호와 마무리 손승락(오른쪽)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청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놀라운 뒷심, 안정 찾은 선발진

지난해까지만 해도 넥센은 선취점을 내고도 지키지 못하는 팀, 초반 실점을 하면 맥없이 무너지는 그런 팀이었다. 선발 투수진이 경기 초 쉽게 무너졌고, 불펜이 약하다보니 지키는 야구를 하지 못했다. 넥센은 지난해 16차례 역전승을 거뒀는데, 역전패가 23번이나 됐다. 또 원정경기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원정 67게임에서 무려 49패(17승1무)를 당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습관이 선수들의 몸애 뱄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딴 판이다. 9승 중 6승이 역전승이다. 반면, 역전패는 1번 뿐이었다. 5-7로 뒤지다 9회초 4점을 쏟아내며 9대7 역전승을 거둔 26일 LG전이 달라진 넥센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넥센 관계자는 "요즘 우리 선수들은 2~3회를 남겨놓고 2~3점을 뒤지더라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한다. 초반 이기는 법을 터득했는 지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고 했다.

선발진 안정도 넥센 상승세의 주 요인이다. 선발투수들이 지든 이기든 선발투수의 임무, 5이닝 이상을 버텨주고 있다. 15경기를 치르면서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던진 게 13경기다. 또 퀄리트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게 8경기였다. 외국인 선수 나이트와 헤켄, 문성현 강윤구 심수창으로 이어지는 다섯명의 선발 모두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선발 투수가 잘 해주니 불펜의 부담이 줄고, 그만큼 충분한 휴식을 갖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넥센은 팀 자책점 3.84로 SK(2.86),두산(3.73)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3.34로 SK(3.35)를 제치고 1위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28일 청주 한화전 승리가 확정된 후 덕아웃 앞에서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청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상승세는 언제까지

넥센의 초반 상승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넥센의 4강 진출을 전망했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넥센의 상승세가 점쳐지는 이유는 마운드의 안정. 타선은 굴곡이 있고, 편차가 생길 수 있지만, 투수력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대로 다섯명의 선발진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김병현이 가세한다. 김병현은 1군에 합류해 중간계투로 뛰다가 선발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시진 감독은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하고 있다. 또 2군에서는 김수경이 1군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

강윤구(22)와 문성현(21), 두 젊은 투수가 경험을 쌓으면서 향후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약점도 있다.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시즌 중반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 여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때 대체 선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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