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방극장을 '꽃미남'들이 점령하던 순간이 있었다. 여성처럼 예쁜 외모에 호리호리한 몸매,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던 때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에서는 '꽃미남'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마초남'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MBC월화극 '빛과 그림자'에서 강기태(안재욱)는 심각하거나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인 유쾌한 캐릭터다. 성공을 위해서 분투하지만 자신이 택한 길이라면 벼랑 끝이 보여도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때문에 러브라인에서도 늘 '나쁜 남자'가 된다. SBS월화극 '패션왕'에서도 강영걸(유아인)은 전형적인 '마초남'을 넘어 '찌질남' 수준이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늘 자신감에 차 있고 허풍이 넘친다.
강영걸이 '밑바닥 마초남'이라면 KBS2 월화극 '사랑비'의 서준(장근석)은 '잘난척 마초남'이다. 항상 옳고 자기만 제일 잘났으며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무데서나 직설적이고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인 독설의 대가이자 바람둥이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이밖에도 MBC 수목극 '더킹 투하츠' 속 이재하(이승기)나 SBS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 속 이각(박유천)도 '마초남'에 가깝다.
이들 캐릭터의 공통적인 특징은 '허세 작렬'이라는 것이다. 극중 안재욱 유아인 등은 가진 것은 없지만 남들 앞에서는 늘 '있는 척' 하는 허세남들이다. 특히 여성들 앞에서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마초적이다. 이같은 '마초남'들이 최근 안방극장에서 득세하는 것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꽃미남'들에 식상한 2030 여성들의 선택이라고 본다. 그동안 여성들의 로망처럼 여겨졌던 '꽃미남' 스타일의 훈남들이 너무 많았다. 다양한 스타일의 남성상이 등장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마초남'들의 안방극장 점령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령'의 소지섭,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아이두 아이두'의 이장우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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