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은 둥글고 예상대로 되지 않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야구인 것 같다.
지난 7일 플레이볼을 한 프로야구가 벌써 4월 레이스를 끝냈다. 65경기의 역대 최소경기 100만명 돌파의 열기속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은 팀과 선수들은 당당히 고개를 쳐들었다.
롯데와 두산의 공동 1위와 절대 1강 삼성의 하위권 추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롯데는 투-타의 중심이었던 장원준과 이대호가 빠져나갔고 야심차게 데려온 FA 정대현과 이승호가 부상과 부진으로 나오지 못하는 악재속에서도 1위에 올랐다. 짜임새 있고 집중력 높은 타격이 여전했고 이대호가 빠진 자리는 박종윤이 불같은 타격으로 메웠다. 새 외국인 투수 유먼은 장원준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했고, '파이어볼러' 최대성과 '2차 드래프트의 보석' 김성배 등이 가세한 불펜진은 더욱 안정감을 가졌다.
지난해 5위의 두산 역시 10년만에 4월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두산을 4강 후보로 미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지난해보다 보강된 전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임 김진욱 감독의 '믿음과 소통, 자율'의 야구가 끈끈한 두산의 팀컬러를 되찾게 했다. 불펜진이 그리 좋진 않지만 선발의 막강함과 타선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에이스인 니퍼트가 3승을 올렸고, 같은 3승의 임태훈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이용찬도 2승을 올려 8승이 선발승이다. 김선우가 아직 1승도 못챙겼음에도 이러한 성과를 올리고 있어 김선우가 본 궤도에 오르면 더욱 탄탄한 전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모두가 말했던 절대 1강 삼성은 마운드가 무너지며 추락했다. 차우찬은 부진속에 2군으로 강등됐고, 다른 선발들도 빼어난 투구를 해주지 못했다. '철벽'으로 군림하던 불펜도 얻어맞기 일쑤. '끝판대장' 오승환은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서 9회에 무려 6점을 내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승엽이 타선에서 힘을 실어주지만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가 부진에 빠져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넥센의 공동 3위 역시 대반전이다. 지난해 꼴찌로 올시즌 역시 4강 후보에 추천되지 못했던 팀. 훨씬 끈끈해진 팀컬러로 강팀을 잡아내는 무서운 팀이 됐다.
LG의 4번 정성훈의 거포 변신도 새롭다. 김기태 감독이 정성훈을 4번으로 낙점할 때만해도 "LG에 4번타자감이 참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정성훈은 4월에 7개의 홈런을 날리며 확실한 중심타자의 모습을 보였다. 정성훈과 함께 강정호(넥센)가 7개로 공동 1위를 하고 있는 홈런왕 경쟁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돌아온 홈런왕 이승엽과 김태균, 디펜딩 챔피언 최형우 등의 대결이 될 것으로 봤지만 새로운 스타 탄생이 되고 있다. 윤석민과 류현진의 자존심 전쟁으로 봤던 다승왕 경쟁에서 이 둘은 없다. 이들이 1승을 겨우 챙겼을 때 니퍼트, 나이트(넥센), 임태훈, 유먼 등이 다승왕 경쟁을 시작했다. 삼성의 추락과 함께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그 결과 마무리의 군웅할거 시대가 엿보인다.
한달의 맛보기가 끝났다. 엇박자를 낸 팀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드러난 전력을 되찾고, 좋은 기세를 올린 팀들은 그 기세를 유지하려 한다. 시즌 끝엔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올까. 아니면 지금의 이변이 끝까지 이어질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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