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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태클은 그만, 동업자 정신이 필요할때

by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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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를 보고 온 박경훈 제주 감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젠틀한 박 감독이지만 분통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를 죽이려는 거에요. 이건 살인태클입니다. 누구보다 선수들끼리 먼저 보호해야죠."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의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쓰러졌다. 29일 제주-경남전, 후반 8분 공격에 가담한 홍정호를 향해 경남의 수비수 윤신영이 거친 태클을 했다. 축구화 스터드가 보일 정도의 과격한 태클이었다. 홍정호는 곧장 왼쪽 무릎을 붙잡고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엄청난 고통에도 홍정호는 태클을 가한 윤신영에게 바라보며 화를 표출했다. 오랜기간 꿈꿔온 올림픽 진출의 꿈을 날릴 수도 있는 태클에 대한 원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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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는 성남의 에벨찡요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28일 수원-성남전, 전반 11분 수원의 스테보가 패스 직후 달려와 에벨찡요의 발을 꾹 밟았다. 공은 이미 발을 떠난 후였다. 결국 에벨찡요는 들것에 실려나왔다. 심각한 발목인대 부상으로 반깁스를 한 채 트레이너 등에 업혀서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경기 후 신태용 성남 감독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서로 도와야 할 선수가 선수를 아껴주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격분했다.

일련의 사태 속에 거친 플레이를 제어하지 못한 심판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따갑다. 홍정호의 다리를 부러뜨린 윤신영은 경고에 그쳤고, 에벨찡요의 인대를 다치게 한 스테보에게는 휘슬조차 불지 않았다. 그러나 심판 판정에 앞서 더욱 필요한 것은 서로를 보호해주려는 선수간의 동업자 정신이다. 그라운드 내에서 직접 부딪히는 것은 선수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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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흥미로운 설명을 했다. 그는 "잔인한 부상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페널티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자주 발생한다. 거기에선 파울을 해도 위험한 찬스를 내주지 않아 겁을 줄 요량으로 섬뜩한 태클이 종종 오간다"고 했다. 홍정호, 에벨찡요 케이스도 그랬다. 톰 밀러에 당한 살인태클로 한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청용의 경우도 하프라인 근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같은 거친 행동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반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선수들이 부상을 입히려고 거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거칠게 할지는 판단할 수 있다. 어디 부위에, 어느 순간에 태클을 가하면 부상을 입을지 선수들이 제일 잘 안다. 박 감독과 신 감독이 이토록 열을 낸 이유는 이들의 행동이 볼을 뺏기 위함인지, 위해를 가하기 위함인지 중 어떤 의도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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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운동선수에게 몸은 재산이다. '적이 아닌 우리'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실점을 막아야 하는 절박함 보다는 상대를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스포츠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역으로 내가 그 태클에 쓰러질수도 있다.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스타 선수들이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면 K-리그 전체의 흥행력을 떨어뜨린다. 자기 밥그릇을 깎아먹게 된다.

축구는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아이러니다. 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몸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 룰을 보면 '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축구는 오프사이드 같은 복잡한 룰을 제외하고 '비신사적 행위'라는 포괄적 범위에서 파울을 결정한다. 비신사적 행위 여부는 심판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22명의 선수들도 함께 '페어플레이'라는 암묵적인 동의 안에서 경기를 할 때 좋은 장면들이 나온다. 서로를 지켜주는 '동업자 정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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