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의윤 생각이 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LG 김기태 감독이 정의윤 덕분에 2경기 연속으로, 바둑으로 치면 '절묘한 착점'을 한 셈이 됐다.
지난 28일 토요일 밤, 롯데와의 사직구장 경기가 끝난 후였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올라온 보고를 받다가 정의윤이 컨디션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정 기간의 3연전 도중에 야수를 1군에 새로 콜업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은 화요일이나 금요일, 즉 새 3연전이 시작되는 타이밍에 엔트리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은 갑자기 정의윤을 올리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정의윤은 하루 뒤인 29일 롯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그날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같은 선택이 공교롭게도 비참한 결과를 막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날 LG를 상대한 롯데 선발투수 유먼이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을 기록했다. 5회에 정의윤이 좌전안타를 하나 뽑은 게 LG가 기록한 유일한 히트였다. 2회에 김일경이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때 1루까지 출루했기 때문에 퍼펙트게임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어쨌든 노히트노런을 정의윤이 막은 셈이다.
타자 출신 감독이 첫시즌 들어 3주만에 상대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한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의윤의 안타가 9회쯤 나온 건 아니었다. 그래서 '노히트노런을 막은 안타'라고 대놓고 부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결과론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정의윤 아닌 다른 타자를 썼을 경우엔 안타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기태 감독은 1일 한화전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정의윤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그 안타가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며 웃었다.
정의윤은 1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3번타자로 출전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1회말 2사후 주자 없는 상황. LG의 첫 공격이 싱겁게 끝나는듯 했다. 여기서 정의윤이 중전안타를 터뜨린 덕분에 4번 정성훈에게로 이어졌고, 정성훈이 이 장면에서 선제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엔 정의윤을 5번에서 3번으로 전진배치한 효과를 '결과론적으로' 톡톡히 본 셈이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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